이재용 부회장, 유럽출장서 돌아와 ‘기술·인재’ 강조한 이유

ASML 방문해 EUV 장비 확보...바이오·AI·전기차기술 투자도 중요

디지털경제입력 :2022/06/18 13:07    수정: 2022/06/20 13:5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위해 발빠른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반도체 기술 격차를 위한 장비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 약 12일간(6월 7일~18일)의 유럽출장을 마치고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12일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첫째, 둘째, 셋째도 기술" 강조..."ASML, imec 방문 중요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일정은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부 회장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협력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두번째다.

이 부회장은 출장 소감에 대한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라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반도체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ASML을 방문해 EUV 장비 수급에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EUV 기술을 적용해 파운드리 고객사 제품과 고성능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EUV 장비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장비다. ASML은 전세계에 EUV 장비를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으며,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은 작년 기준으로 약 40대 정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의 TSMC는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은 ASML 방문 전 지난 14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서 ASML의 EUV 장비 공급 협조를 당부했다. 이 부회장과 뤄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다음날 15일에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imec은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반도체 외 전장, 바이오, 인공지능 등 투자 강화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앞서 최첨단 기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자리를 겸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imec 방문이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imec 방문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과제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는 삼성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사진=삼성전자)

더불어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서도 유럽 현황을 점검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 (삼성SDI) 배터리 공장과 고객사인 BMW를 방문했고, 전장 기업인 하만카돈도 방문해 자동차 업계의 급변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하만카돈은 2016년 삼성전자가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전장회사다.

한편, 이번 출장에서 인수합병(M&A) 성과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소감에서 M&A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대형 M&A를 중단해 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 기업으로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랑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을 거론하고 있다.

■ 삼성전자, 3년 만에 상반기 전략회의 예정...이 부회장 키워드 반영될 듯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부문별로 개최한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전략회의를 진행하는 건 3년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출장 후 제시한 키워드는 삼성전자의 전략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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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IT·모바일·소비자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오는 21~23일 수원 본사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27~29일 화성 사업장에서 회의를 연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