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에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제품 생산(MPW) 비용을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을 올해 최첨단 공정인 5나노미터(nm)까지 확대했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숏티지(공급부족)으로 파운드리 업계가 MPW 할당량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값비싼 공정까지 스타트업에게 MPW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내 팹리스 생태계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대상으로 MPW 비용을 감면해주는프로그램을 올해 5나노 공정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로부터 5나노 공정 MPW 지원을 받게 된 팹리스 스타트업은 ‘딥엑스’와 ‘리벨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5나노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제품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 중소 팹리스 업체 '아이닉스' 등에게도 8나노, 14나노, 28나노 공정의 MPW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해 파격적인 MPW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5나노 공정 MPW 문을 열어주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해 팹리스 생태계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가장 최첨단 공정인 5나노 생산 비용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 드는 값비싼 공정이다. 5나노 공정 설계 비용은 28나노 공정 보다 약 10배 이상 비싸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5나노, 8나노와 같은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하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MPW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MPW은 비용을 낸다고 해서 웨이퍼를 할당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년간 파운드리 공급부족으로 공정 라인(생산용량)이 부족해지자, 파운드리 업계는 MPW 할당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는 대량 생산하는 고객사 대응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 대상 MPW 지원을 지속한다는 점은 팹리스 생태계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과 상생협력을 이끌어 왔다. 팹리스 업체의 MPW 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3~4회로 확대 운영했고, 8인치(200mm)뿐 아니라 12인치(300mm) 웨이퍼로 최첨단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삼성전자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해 우수 팹리스 창업기업을 선발·지원하는 '팹리스 챌린지 대회'를 개최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상생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을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달 24일 5개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신성장 시스템반도체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패키징, 테스트 등에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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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형태로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팹리스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몇 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친 다음, 고객사에 첫 공급을 하고,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