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가 16일 오전 원룸·다가구 건물이 밀집한 주거 지역에서 자율주행 안심순찰 로봇 '골리'의 주행을 시연했다. 자율주행 순찰로봇이 공원, 건물 안이 아닌 주거 지역에서 운행되는 건 처음이다.
골리는 언덕 길 330m를 오르고, 행인을 인지해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다. 탑재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관악구청 관제센터에 송신해 순찰 상황을 알렸다.
이날 관악구청은 박준희 관악구청장, 연구 컨소시엄을 이끈 강창묵 인천대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연회를 열고 자율주행기반 안심순찰 서비스 실증 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이번 실증 사업은 인천대와 한양대가 자율주행의 핵심 기반인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 만도는 자사 자율주행 로봇 '골리(Goalie)Ⅱ'로 플랫폼을 제공했다. 통신사 SKT는 로봇과 관제실 간 영상 송·수신 서비스를 만들었다.
■ 작은 경찰차처럼 생긴 '골리' 임무는 '범죄 예방'
골리는 경찰차처럼 생겼다. 가로 90cm, 세로 152cm, 높이 124cm에 몸무게는 290kg이다. 주행은 바퀴 4개를 이용한다. 몸통에는 열 화상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달고 주위 환경을 인지한다. 경찰차와 비슷한 경광등을 달아 방범 효과를 높이고, 옆면에는 LED 전광판으로 순찰을 위해 촬영 중이라고 표시한다.
골리는 최대 8km/h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성인 걸음 속도와 비슷하게 주행할 예정이다. 5cm까지 턱을 넘고, 경사각 15도까지 오를 수 있다.
골리의 첫째 임무는 범죄 예방이다. 골리는 탑재한 카메라로 찍은 주변 영상을 관제실로 보낸다. 주행 내내 경찰차와 비슷한 경광등 불빛도 낸다. 강창묵 교수는 "연구를 기획할 때부터 주거 안전 관련 주민 의견을 듣고, 범죄 예방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임무는 범죄·위급 상황 감지다. 이는 골리와 사람의 협력으로 이뤄진다. 골리가 촬영한 영상을 관제실 담당자가 항상 보고 있다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관제실 담당자가 골리를 통해 현장에 음성을 내보낼 수 있다. 골리가 먼저 열화상 카메라로 주변에 쓰러진 사람을 감지하고 멈춰설 수도 있다. 관제실은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아직 골리가 스스로 범죄 상황을 인지해 즉각 경고음을 내지는 못한다. 강 교수는 "폭력 상황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기술은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며 "예를 들어 어깨동무를 친근함의 표시인지, 폭력 상황인지 선별해 분류하는 기술 정확도는 아직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 모래상자에서 보행자 안전·개인정보 보호 관련 실증
국내에서 골리 같은 자율주행 로봇이 실외에서 움직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법적 지위가 없어 도로교통법상 보도를 달릴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자율주행과 순찰에 꼭 필요한 영상 촬영도 할 수 없다. 때문에 골리도 지난 1월부터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규제샌드박스를 거쳤다.
먼저 골리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에서 실시한 'ISO 13482'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 보도 통행을 조건부 허가 받았다.
이를 위해 라이다 센서로 앞에 있는 사람을 인지하면 멈춰 선다. 사람이 옆에 있으면 바퀴 각도를 틀어 우회한다. 어린이가 갑자기 달려와 부딪히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몸통에 충돌 완화 쿠션도 부착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골리가 수집한 영상·음성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 관제실은 골리가 보내는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뿐이다. 골리 몸체 측면에는 '영상 촬영 중'이라는 문구를 지속해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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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는 2020년 7월부터 2년간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의 '과학기술활용 주민공감 문제해결 사업 공모' 사업으로 세상에 나왔다. 관악구는 서림동 해태어린이공원 부근 주거지역과 신림동 별빛내림천 주변에서 골리를 투입했다.
박준희 관악 구청장은 "(순찰 지역 선정 등) 이번 사업에 주민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관악구는 여성 1인 가구가 많아 순찰 로봇 도입이 큰 의미가 있다"며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 전국에 확산돼 범죄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