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美 이어 EU서도 '독점기업 딱지' 뗐다

유럽 일반법원, "반독점 벌금 무효" 판결…비즈니스 관행 면죄부

방송/통신입력 :2022/06/16 14:27    수정: 2022/06/16 14: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퀄컴이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독점 족쇄를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유럽 일반법원은 15일(현지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지난 2018년 퀄컴에 9억9천700만 유로(약 1조3340억원) 벌금을 부과한 것이 잘못된 조치였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퀄컴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자사 칩을 기본 탑재하기 위해 애플에 수 십억 달러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부분이다.

(사진=픽사베이)

EC는 퀄컴의 행위가 경쟁 방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애플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고함으로써 인텔을 비롯한 다른 LTE 칩셋을 사용하려는 유인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당시 "퀄컴이 5년 동안 LTE 칩셋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불법적으로 배제해 왔다"면서 "이런 행위 덕분에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하게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EC가 퀄컴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오류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시장 상황을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독점 행위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 미국 FTC, 퀄컴에 '독점 기업' 굴레 씌웠다가 항소법원서 패소 

퀄컴은 EU에서만 반독점 소송에 휘말린 것이 아니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 2017년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FTC가 문제삼은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

둘째. 인센티브 프로그램 (퀄컴 칩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 인하)

셋째. 라이벌 칩셋 업체엔 특허 기술 공여 거부

넷째. 애플과의 배타적 거래.

네 가지 쟁점 중 애플과의 배타적 거래는 EU에서도 문제가 된 부분이었다. 미국 1심 법원에서 FTC에 패소했던 퀄컴은 항소심에서 멋지게 역전승했다.

미국 항소법원은 퀄컴이 2011년과 2013년 애플과 체결한 계약은 CDMA와 LTE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 항소법원은 “연방 반독점 법에 따르면 경쟁 방해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극도로 경쟁적인(hypercompetitive)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럽 일반법원 판단도 비슷했다. 애플이 퀄컴의 칩셋을 사용할 당시 이렇다 할 대체품이 없었다는 점을 EC가 간과한 채 리베이트 계약만으로 경쟁 방해 행위를 했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도출했다고 지적했다. EC가 시장 환경을 비롯한 관련 사실들을 모두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안 뮐러 역시 퀄컴이 경쟁방해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EC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독점 계약 자체가 불법 행위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독점 계약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뮐러는 “퀄컴에게 애플이 다른 회사의 칩셋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것은 애플의 요구를 충족해 줄 수 있는 경쟁업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질문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 하드웨어 시장의 독점 판결 훨씬 어렵다는 사실 다시 확인 

미국 IT전문매체 프로토콜은 이번 판결로 하드웨어 업체에 대해 독점 규제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U는 그 동안 구글을 비롯한 미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시장 독점 행위에 대해선 성공적으로 제재해 왔다. 비교 쇼핑 시장에서 경쟁업체를 차별한 구글에 대해선 24억 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퀄컴의 손을 들어준 유럽 일반법원은 구글에 대한 제재 조치는 그대로 인정했다. 일반법원은 지난 해 비교 쇼핑 시장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우대한 행위는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 (사진=유럽연합)

유럽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도 마찬가지다. 특히 디지털시장법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서비스나 콘텐츠를 우대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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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드웨어 시장 쪽에선 독점행위를 인정하는 데 조금 더 엄격한 편이다. 유럽 일반법원은 지난 1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인텔에 10억 유로 벌금을 부과한 EC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하드웨어 시장에서 독점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프로토콜이 분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