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쇼, 드라마 성공 재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비판+잔혹동화'가 드라마 성공 요인…게임은 어떻게?

인터넷입력 :2022/06/15 16:55    수정: 2022/06/16 09: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리얼리티 쇼로 탈바꿈한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의 인기를 재연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밴프에서 열린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Banff World Media Festival)에서 ‘오징어 게임’을 리얼리티 게임 쇼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게임 참가자는 456명으로 드라마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상금 역시 1인당 1만 달러 씩 총 456만 달러다. 한국이 배경인 드라마에선 상금이 456억원이었다.

오징어게임 리얼리티쇼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게임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원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들을 겨루게 되며, 깜짝 놀랄 새로운 게임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또 “상금은 많다. 하지만 이번 게임에선 운이 나쁠 경우엔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선 게임 실패자들은 모두 죽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리얼리티 쇼 ‘오징어 게임'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 드라마, 익숙한 서사 낯설게 비틀어…게임에선 어떻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오징어 게임’의 성공 법칙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사회 드라마다. 승자독식 문법이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예리하게 풍자했다. 기본적인 안전망조차 기대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 건 게임을 통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성공 비결을 이렇게만 설명하면 조금 허전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예리하게 비판한 작품은 넘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유독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누렸는지 따져봐야만 한다.

‘오징어 게임’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잔혹동화 구조로 돼 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 설탕뽑기 같은 천진난만한 게임 승패에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레에게 잡히면 바로 총알이 날아온다.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꽆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 익숙했던 서사구조에 잔혹 동화적 요소룰 가미했다.

‘천진한 게임’의 실패자들에게 ‘잔혹한 처벌’을 가하는 방식이다. 익숙한 동화에 잔혹한 서사를 덧붙인 잔혹동화와 비슷한 서사 구조인 셈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낯설게 하기’에 성공하면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실 게임에는 이런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넷플릭스가 공언한 대로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이 참가자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여러 사람이 게임에 참가한 뒤 최종 승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게임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결국 ‘오징어 게임’ 리얼리티 쇼가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낯설게 하기’ 요소를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게임으로 바꿀 경우 자본주의 비판이란 철학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드라마의 성공 포인트 하나가 사라질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또 다른 경쟁 포인트였던 잔혹 동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드라마에선 잔혹한 처벌 때문에 줄다리기를 비롯해 유년기의 추억이 어린 많은 게임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잔혹한 처벌이 빠진 현실 속 게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과연 넷플릭스는 이런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현실 게임으로 구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됐다.

■ 돌파구 절실한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가 새로운 희망 될까 

지금 넷플릭스는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유료 가입자가 줄어드는 ‘낯선 경험’을 했다. 2분기엔 가입자 감소 규모가 2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 70% 정도 하락했다. 한 때 500달러를 웃돌았던 주가는 이제 170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넷플릭스는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 때 시장 혁신자이자 파괴자였던 넷플릭스는 이제 ‘레거시 미디어’와 비슷한 처지가 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책임자 (사진=씨넷)

비디오 대여 시장과 케이블TV 시장을 뒤흔들던 ‘시장 파괴자’의 위세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나마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0 팬데믹 덕분에 가입자가 늘면서 이런 한계가 감춰졌을 따름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가 그 동안의 입장을 바꿔서 광고를 추가한 저가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관련기사

검증된 시리즈를 리얼리티 쇼로 확대하려는 전략 역시 비슷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과연 넷플릭스는 허구의 세계에서 가능했던 ‘잔혹 드라마’를 현실 세계에서도 긴장감 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