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서버용 칩 '사파이어래피즈' 양산 또 연기...속타는 인텔

AMD 대비 성능 우위 내세울 시간 줄어..."검증에 시간 필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6/13 15:49    수정: 2022/06/13 16:52

지난해부터 수 차례 지연을 거듭해 온 인텔 차세대 서버용 칩,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 대량 생산이 또 다시 연기됐다. DDR5 메모리와 PCI 익스프레스 5.0 SSD 등 주변 제품과 호환성을 검증하는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인텔 측 설명이다.

인텔은 10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대체할 새 프로세서, 사파이어래피즈를 당초 지난해 3분기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텔은 이미 이 계획을 반 년 정도 늦췄다.

인텔 서버용 차세대 프로세서 '사파이어래피즈' 다이. (사진=씨넷닷컴)

인텔은 올 하반기 안에 사파이어래피즈를 대량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AI와 딥러닝 등 처리 속도에서 전작 대비 2배 이상 향상된 성능으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인텔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이후 AMD도 젠4(Zen 4) 아키텍처 기반 4세대 에픽(EPYC) 프로세서를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 당초 일정에서 반 년 연기...올 초에도 지연 가능성 언급

올 초 일본 미즈호 금융그룹 미국 자회사 '미즈호증권 USA'는 세계 2위 서버 공급 업체, 인스퍼시스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보고서에서 "본격적인 대량 생산이 올 3분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인텔은 보고서에 담긴 사파이어래피즈 지연설을 부정했다. 인텔 관계자는 "사파이어래피즈는 올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해 2분기에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현재도 생산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텔은 지난 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최한 '2022 글로벌 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통해 대량 생산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인텔 "생산 공정보다 검증이 문제"

이 행사에서 산드라 리베라 인텔 데이터센터부문 총괄은 "당초 예상보다 대량생산 시기가 늦어졌고 플랫폼과 제품 검증을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 산드라 리베라 총괄은 "대량 생산 시점이 늦춰진 것은 생산 공정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사파이어래피즈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출시된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와 같은 인텔 7공정에서 생산된다. 이들 프로세서는 현재 수급 문제 등이 없이 정상 생산중이다.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오로라(Aurora). (사진=인텔)

인텔 관계자 역시 "사파이어래피즈 생산 공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이미 이를 2만 개 이상 탑재한 슈퍼컴퓨터인 '오로라(Aurora)'가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 설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 AMD 차세대 에픽 칩 뒤이어 출시 전망

인텔은 사파이어래피즈가 DDR5 메모리와 PCI 익스프레스 5.0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끌어올림은 물론 연산 속도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해 왔다.

HBM2e 메모리 탑재 사파이어래피즈 /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성능 비교. (자료=인텔)

인텔은 지난 5월 말 'ISC(국제 슈퍼컴퓨터 컨퍼런스) 2022' 기조연설에서 "HBM 메모리와 결합한 사파이어래피즈가 전 세대 대비 AI 관련 워크로드에서 최대 2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산 일정이 한 번 더 연기되며 사파이어래피즈가 성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AMD가 뒤이어 젠4(Zen 4) 아키텍처 기반 4세대 에픽(EPYC) 프로세서 투입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AMD는 올 하반기 젠4 아키텍처 기반 4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사진=AMD)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DR5 메모리와 PCI 익스프레스 5.0 기반 SSD를 생산하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인텔 "추가 검증 진행중...올 하반기 중 대량 생산"

인텔은 사파이어래피즈 양산 시점 연기 사유와 향후 출시 시기 관련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사파이어래피즈는 빠르게 발전하는 업계의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많은 혁신을 준비중이다. 고객사에게 고품질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대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추가적인 검증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파이어래피즈는 올 하반기 중 대량생산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 엔비디아 "DGX용 서버 칩, AMD서 인텔로 환승"

한편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같은 날 데이터센터용 어플라이언스인 DGX H100 시스템에 그동안 써 왔던 AMD 에픽 프로세서 대신 사파이어래피즈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DGX H1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와 서버용 프로세서, 각종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올 하반기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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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올 3분기 이후 출시할 데이터센터용 GPU인 DGX H100 시스템에 사파이어래피즈를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2020년에 처음 시장에 투입한 DGX A100 시스템은 AMD 에픽 2세대(로마)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세대에는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한 것이다.

이날 젠슨황 CEO는 "우리는 많은 x86 프로세서를 산다. 인텔과 AMD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퍼 GPU를 탑재한 제품에는 인텔 사파이어래피즈를 선택했고 사파이어래피즈는 뛰어난 싱글스레드(1코어) 성능을 지녔다"고 선정 동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