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옮길 경우 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행들이 일정 수준의 동일 직장 재직 기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이 전 직장 기록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직자들은 대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신용 대출을 할 때 6개월~1년 정도 동일 직장 재직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기준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상장 회사는 3개월 이상, 일반 직장은 6개월 이상 재직해야 한다. 신한은행과 케이뱅크는 6개월 이상, 카카오뱅크 1년 이상의 재직 기간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재직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연 소득을 어느 정도 인정할 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신용대출은 1년 만기 상품이기 때문에 연 소득을 얼만큼 인정하느냐에 따라 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마다 요구 재직 기간이 다른 것은 내부 정책에 따른 것이지만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부연이다.
하지만 재직 기간 조건으로 입사 후 소득이 추후 계속 발생하거나, 전 직장보다 현 직장의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은행(제1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 직장서 곧장 현 직장으로 이직하더라도 재직 기간이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는 것이다. 결국 급전을 해결하기 위해 캐피털이나 신용카드사같은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신용점수를 크게 떨어뜨린다.
은행들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직자의 경우 전 직장이나 현 직장의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성적으로 평가하려고 한다"며 "전 직장의 소득과 경력증명서 등을 구비하면 영업점 직원이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며, 은행 차원서는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구축 중"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이 재직 기간 조건을 가장 짧게 단축한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비대면으로 신청할 경우 3개월 이상, 대면 신청일 경우 1개월 이상 재직하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신용대출 조건으로 6개월~1년 이상의 재직 기간을 요구한 것과는 다른 행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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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개인금융솔루션부 관계자는 "대부분 신용대출 조건 중 재직 기간이 거의 6개월~1년과 같은 허들이 있었는데 이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사람만 '우량' 차주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과거 5~10년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최초 대출 진입 차주의 신용점수가 높다면 소득이나 재직 기간이 대출 불량률(연체율)을 높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고 사회초년생과 MZ세대를 타깃한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점수별로 대출 한도를 차등 책정했다. ▲3개월 미만(1천500만원) ▲12개월 미만(5천만원) ▲12개월 이상(8천만원)으로 구성됐다. 연체 시에도 최대 금리는 연 12%를 넘지 않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