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로 날아오를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오는 8월 발사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끝낸 다누리가 3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을 공급할 태양전지 패널과 달 관측을 위한 6개 탑재체를 모두 싣고, 발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누리는 7월 5일 발사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네버럴 공군기지로 이송되며, 8월 3일 오전 8시 20분(한국시간)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날씨 등 현장 사정에 따라 일정이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발사 일정에 특별한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처음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다른 천체로 나가는 순간이 임박했다.
■ 다누리 발사 준비 최종 마무리
다누리는 최근 극저온 및 고온, 전자파 등 우주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우주의 급격한 열 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표면다층박막단열재(MLI)를 장착하는 등 발사장 이송 전 마무리 작업을 완료했다. 2일엔 발사장 이송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선적 전 검토 회의까지 마쳤다.
다누리 위성은 현재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항우연에서 대기 중이다. 전개되지 않은 채 접혀 있는 태양전지 패널과 금빛 섀도우캠, 폴캠 등 주요 장비를 볼 수 있었다. 방진복을 입은 연구자들은 부지런히 위성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위성이 발사된 후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위성의 움직임을 제어할 위성운영센터도 가동 준비를 마쳤다. 벽면 전체를 차지한 대형 스크린에서는 다누리의 속도와 위치, 궤도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숫자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위성 발사 후에는 60명의 인원이 빼곡히 들어선 모니터 앞에 앉아 위성과 탑재체에서 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게 된다.
위성운영센터는 여주에 설치된 35m 크기의 심우주위성통신안테나(KDSA)와 연동돼 위성의 지상시스템을 구성한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우리로서는 첫 달 탐사일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탑재체들을 작은 위성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도전적 시도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발사 후 1시간 이내 최초 교신, 4개월 걸려 달 궤도 진입
다누리는 내달 5일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항우연을 출발, 인천공항에서 발사장으로 이송된다. 컨테이너는 당초 천리안2호 위성을 이송할 때 쓴 것을 재활용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 정도 크기의 대형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수송기를 쓸 수 없게 됨에 따라 새로 제작해야 했다.
다누리는 8월 3일 발사 40분 후, 팔컨9에 실린 위성 중 여섯 번째로 분리되고, 이어 태양전지 패널을 펼치는 등 자체 운항 모드에 돌입한다. 1시간 후에는 호주 캔버라에 있는 심우주네트워크 안테나와 첫 교신을 시도한다. 이 교신이 성공하면 다누리의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항우연의 관제실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기권을 벗어난 다누리는 12월 16일 달 궤도 안착을 목표로 4개월 반 동안 156만km의 여정을 시작한다. 다누리는 행성 간 중력을 이용, 큰 궤적을 그려가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 Ballistic Lunar Transfer) 방식으로 운항한다.
38만km의 직선 경로를 따라 달로 이동하면 3-4일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BLT 방식을 쓰면 연료 소모를 25%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료를 줄여 다른 탑재체를 실을 수 있고, 장거리를 이동하며 운항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다누리는 달 근처에 도달한 후 5번에 걸쳐 속도를 줄여가며 궤도를 좁혀 최종 관측 궤도에 들어서게 된다. 다누리는 달 상공 100km에서 달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를 그리며 1년 간 달 관측 임무룰 수행한다.
■ 달 관측 위한 6개 탑재체
관측 궤도에 안정적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달 탐사가 시작된다. 다누리는 미국 NASA가 개발한 영구음영지역 카메라 '쉐도우캠'과 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 '루티' 등 첨단 관측 장비 6기를 탑재하고 있다.
쉐도우캠은 1년 내내 빛이 들지 않아 관측할 수 없던 달의 극지방 음영 지역을 볼 수 있어 주목받는 고정밀 카메라다. 극지에 물이나 자원이 있는지 관측 가능하다. NASA는 2024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미션'의 착륙 위치 결정에 이 정보를 활용할 계획이다.
루티는 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다. 지구와는 환경이 다른 달 표면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한 정밀 지형 관측 장비다.
달 표면 자원 탐사를 위한 감마선 분광기와 달 생성 원인 연구를 위한 자기장 측정기도 실려 있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최초로 달 뒷면의 편광 영상을 촬영, 달 표면 입자와 우주선 영향을 분석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우주인터넷 탑재체가 실려 있어 심우주 인터넷 통신을 처음 실증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 심우주 진출 디딤돌 될까?
다누리는 1년 간 하루에 12번씩 달 주위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 데이터는 세계의 과학자들과 공유되어 우주 연구에 기여하게 된다.
1년 후에는 남아 있는 연료의 양 등을 고려, 임무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연료가 충분히 남을 경우 궤도를 수정해 다른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연료가 떨어지면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달의 중력에 끌려들어가 추락하게 된다. 항우연은 1년 임무 종료 후를 대비해 5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다누리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미국 NASA와 BLT 방식 운용, 위치 추적, 쉐도우캠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면서 우주 탐사 기술력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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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미션에 이미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한국 정상회담에서도 우주 협력이 거론된 바 있다. 양국의 우주 협력이 탄력을 받으며 심우주 탐사 등 장기 과제에도 도움이 되리란 기대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이번 달 궤도선 성과가 우리가 심우주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누리를 통해 우주 탐사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