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가뭄·물 민영화’ 칠레의 물 배급 [영상]

생활입력 :2022/06/03 13:42    수정: 2022/06/03 14:11

온라인이슈팀

13년에 걸친 대가뭄과 물 관리 민영화 폐해로 칠레의 수자원이 완전 붕괴에 직면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4년 연속 최악의 가뭄이 이어진 칠레에서 국민 190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지난 4월엔 수도 산티아고에 유례없는 물 배급 계획이 선포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4년 연속 최악의 가뭄이 이어진 칠레에서 국민 190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지난 4월엔 수도 산티아고에 유례없는 물 배급 계획이 선포됐다. 출처: Al Jazeera English *재판매 및 DB 금지

칠레 중부와 북부 수 백여 농촌 마을은 비상 급수 탱크로 배달되는 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아리조나 대학에서 연구 중인 칠레 수자원학자 파블로 가르시아 체베시크는 “물이 국가 안보 문제가 됐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물은 칠레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물이 다음 번 민중봉기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년 칠레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을 때도 물 위기는 중요 의제였다.

시위대들은 연금과 건강보험 개혁뿐 아니라 “가뭄이 문제가 아니라 도둑질이 문제”라는 물 부족 관련 슬로건을 후렴구처럼 반복했다.

독재자 피노체트 대통령(1973-1990)은 집권 당시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완전 민영화해 물 배당권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게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근거가 된 1981년 칠레 물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칠레는 ‘물 권리’를 사적 소유권처럼 헌법에 기술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칠레의 진보성향 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릭은 수자원의 순환을 회복시키고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보릭 대통령(36)은 저명한 기후학자 마이사 로자를 환경장관에 임명해 자신의 개혁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아쿠엘로 호수는 한때 여행객들의 핫플레이스였는데 지난 2018년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의 연구는 아쿠엘로 호수가 완전 소멸된 원인으로 물 권리의 매매, 지역 인구 팽창과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2010년 호수로 유입되는 물에 대한 권리가 법적으로 대규모 농장과 사유지로 넘어갔는데 이들이 호수와 연결된 강 지류의 물길을 과일 농장지대로 돌려 호수의 고갈을 촉발했다.

또 이 지역이 농업에서 관광지구로 변한 뒤 다시 급격한 쇠락을 겪으면서 지역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산티아고로 떠났다.

호수 근처에서 참외, 호박, 옥수수 등을 재배하던 알폰소 오르티즈(73)는 “평생 이 지역 시장과 마을에 과일과 채소를 공급했다”며 “이제 농업은 죽었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에서 1인당 GDP 최대 규모인 칠레 경제는 광업, 임업과 농업 등 물 집약 산업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런 산업 성장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물에 대한 사적 권리를 토대로 칠레 수자원의 59%는 임업에서, 37%는 농업에서 사용하며 2%정도만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다.

보릭 대통령은 지난 4월 11년째 의회에서 계류돼 왔던 물 관련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 개정안은 물은 인간의 공공복지를 위한 것이며 기후변화는 칠레의 물 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9월 4일 국민투표에 붙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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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학자 가르시아 체베시크는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이미 저질러진 모든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매우 혹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