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4일 발표한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에는 국내외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 대응해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를 양대 축으로 AI·6G, 로봇 등 신성장 IT사업을 육성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영접하면서 "반도체는 현재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고, 모든 것의 엔진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인터넷에 안정적인 접속을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요하고,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반도체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쏟아부을 450조원 중 상당한 재원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바이오 분야에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450조원 투자계획은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보다 120조원(30% 이상) 많다. 국내는 110조원(40% 이상) 늘어났다. 450조원을 5년으로 나누어 계산해 보면 연간 90조원에 해당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2021년) 달성한 영업이익(51조6천억원)의 두배 가까운 금액이고, 2020년 기준 국내 기업 전체의 연간 설비투자액(167조7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 5년간 사법 리스크 등에 휘말려 미래 사업 준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았다"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 측은 "향후 5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면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쇠락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 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전했다.
■ 시스템반도체-바이오 분야 집중 육성
삼성은 이번 투자 계획에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과 중국 등 메모리 업체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해 1위를 수성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통해 ▲고성능 저전력 AP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및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에 신성장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사업 중 모바일 SoC, 이미지센서 등은 1 등 업체들과의 시장 격차는 크지만 투자와 R&D 통해 기술격차를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더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천773 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 (2천205억달러 ) 시장 규모의 2 배 이상이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는 인텔(CPU), 엔비디아(GPU), 퀄컴(SoC), 소니(이미지센서) 등 각 분야별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 기술을 개발 적용해 올 상반기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GAA(Gate All Around ,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기술) 공정수율 확보가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 히는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바이오, 공격적 투자...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
삼성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중요해진 바이오 사업을 '제 2 반도체 신화'로 구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된 바이오 사업은 2010년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2011년 5월 바닷물이 질퍽이는 송도 매립지에 1공장 건설 시작했다. ▲2011년 바이오로직스 설립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에 이어 2020년 10여년만에 국내 시총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CDMO 와 바이오시밀러를 양대 축으로 출발해 '바이오 주권'을 지키는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중장기적으로 CDMO 및 시밀러를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에 이어 5공장, 6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파이프라인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나선다. 삼성은 생산기술 역량을 고도화해 'CDMO 생산량 1 등'을 넘어 '압도적 글로벌 1 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CDMO 분야 생산 캐파(생산능력) 62만 리터로 압도적인 세계 1 위로 도약하게 된다. 시장 가치도 급등해 시가총액 58조원으로 국내 4위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술제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 5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독자 기술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더불어 삼성은 최근 바이오젠사가 보유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23억달러(약 2조9천억원)에 인수해 개발, 임상, 허가, 상업화 등 R&D 역량을 내재화 중이다. 이 외에도 삼성은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027년 9천114억달러(약 1천152조8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바이오시밀러 규모는 2021년 100억달러에서 2030년 22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선도할 전망이다.
■ 5년간 신규로 8만명 채용...상반기 공채 진행 중
삼성이 향후 5년간 신규로 8만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반도체와 바이오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해 민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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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초과 달성한 바 있다. 2021년에는 3년간 4만명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해왔다. 현재 2022년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삼성 측은 "삼성의 혁신 DNA' 를 전파해 함께 성장하는 실질적인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 중소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대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관행 을 정착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생태계의 파이를 키워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