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의 가치 폭락 사태에 전문가들은 특정 세력이 공매도 수익을 위해 UST의 구조적 약점을 노린 공격이 있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진행된 3천676억 원 규모의 LUNA와 UST 매각은 정황상 대량 공매도 공격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해당 매각 이후 UST는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는 '뱅크런'을 겪으며 고정 가치 1달러를 유지(페깅)하지 못하고 시세가 폭락했다.
폭락으로 인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국내 거래소들은 LUNA와 UST의 상장 폐지를 실시했다. 두 코인의 총 시가 총액은 57조7천800억 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LUNA와 UST의 폭락을 예측하고 공매도 거래를 한 세력은 수천% 이상의 수익을 남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통화와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처럼 가격 변동성이 커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선 테라 이전부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시장의 유입 또는 발행규모와 같은 수준의 예치금을 요구하는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현재 발행 중인 스테이블코인을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를 노린 공격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주요 스테이블 코인의 특징과 현재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테더(USDT)
테더 리미티드에서 발행한 USDT는 달러와 1대 1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중 세계 최대 규모이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시총 3위를 기록 중이다.
17일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DT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8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USDT 시세는 1천279원으로 1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96조8천억 원 수준으로 이에 준하는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테더 리미티드는 예치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동안 예치금보다 과도하게 코인을 발행한다는 의혹 등으로 인해 디페깅 위험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다.
최근 UST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페깅이 붕괴되는 등 주변 코인의 영향을 받는 등 구조적 한계를 비치기도 했다.
지난 2월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와 비스와나트 나트라지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과 법정 디지털 화폐(CBDC): 정책과 규제의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USDT의 선물과 현물 가격 등을 토대로 파산 리스크를 분석한 내용이다.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USDT가 가장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1위인 USDT가 무너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거래소가 USDT를 기축통화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USD코인(USDC)
USDC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서클이 합작한 센터컨소시엄에서 발행한 이더리움 기반 코인이다. 시세는 1천281원이며, 시가총액은 66조4천억 원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USDC는 UST 폭락 이후 거래가 대거 몰리고 있다. 17일 하루 거래량이 58% 이상 증가할 정도다.
USDC로 사용자가 몰리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발행사 중 하나인 서클은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블랙록 등 미국 주요 금융회사에서 투자를 받은 핀테크 기업이다. 또한 USDC의 예치금은 금융기관에서 지원하는 투자금과 단기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해 미국 금융 규제 준수와 투명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센터컨소시엄은 주요 회계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유통되는 토큰의 수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고, 자금 조달에 대한 규제 준수 및 확장을 위한 가능성을 인정받는 작업 등을 거쳤다.
■바이낸스USD(BUSD)
BUSD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팍소스와 제휴해 발행한 자체 스테이블코인이다. 시세는 1천280원,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이다.
2019년 뉴욕 금융서비스부(NYDFS)에 유통 허가 승인을 받으며, 세계 최초 정부의 규제를 적용 받는 암호화폐가 됐다.
BUSD의 예치금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관리하며, 팍소스가 일정 시기마다 정기 감사를 실시한다. 덕분에 UST 폭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달러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이(DAI)
메이커다오가 발행하는 DAI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시가 1천281원 시가총액은 8조 2천억 원을 기록 중이다.
DAI는 달러 등 법정화폐가 아닌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코인을 발행한다. 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선 다이보다 150% 많은 담보를 맡겨야 한다.
만약 300달러 가치의 이더리움을 맡기면, 최대 200달러까지 다이를 발행할 수 있다. 이더리움의 가치가 다이 발행량의 150% 미만으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청산된다. 다이를 발행하기 위해 맡긴 담보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높은 담보비율로 공매도를 노린 대규모 매각에도 안정성을 제공하고, 중앙화 된 통제기구가 없어 탈중앙화에 부합한다. 다만 많은 양의 가상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기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UST 폭락으로 인해 다수의 스테이블코인이 대거 하락하는 상황에도 달러와 1대 1 비율(페그)를 유지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트리노USD(USDN)
USDN은 웨이브 기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시세는 1천225원 시가총액 1조 원으로 1달러 회복에 성공했다.
설계상 UST와 유사한 USDN은 11일 저녁부터 디페깅 조짐을 보이며 1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디파이 프로토콜 웨이브의 스테이블 코인 USDN(뉴트리노USD)가 가장 먼저 흔들렸다. 12일에는 900원 수준까지 하락하며 폭락이 우려됐다. 하지만 이내 회복세로 돌아서며 13일 다시 페깅에 성공했다.
USDN은 40일 만에 2번의 디페깅이 발생했으며, 구조도 UST와 비슷해 많은 우려를 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 델파이 디지털은 USDN에 대해 프로젝트가 불안정한 시기에 고정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견고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데이(DEI)
데우스 파이넨스의 스테이블코인 DEI는 지속된 하락으로 현재 728원(0.57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35.76%의 시가가 하락했다. 시가 총액 역시 30% 줄어든 5조4천억 원이다.
DEI는 10%의 DEUS 토큰과 90%의 담보로 받은 암호화폐로 이뤄진다. DEI의 담보 비율은 차익 거래 봇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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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락은 DEI 토큰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거나 지난주 UST가 붕괴된 후 스테이블 코인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Deus 개발자는 페그를 회복하기 위해 채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