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태블릿 등으로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기기의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온 구글이 독자적인 하드웨어(HW)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또 다른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구글은 삼성전자와 웨어러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 한때 '反애플' 전선을 형성했던 두 회사는 적이자, 동지인 '기묘한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 애플·삼성처럼…구글 '픽셀 생태계' 확장 나서
구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I/O)를 열고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제품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6A'와 스마트워치 '픽셀워치', 무선이어폰 '픽셀버즈프로', 태블릿 '픽셀태블릿', 증강현실(AR) 안경 '스마트글래스' 등이다.
구글은 올 7월 '픽셀6A'와 '픽셀버즈프로'를 시작으로 올 가을 '픽셀워치'와 하이엔드 스마트폰 '픽셀7'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픽셀태블릿을 출시하고, 향후 2~3년 안에 스마트글라스(AR 글라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 태블릿은 2015년 출시하고 2019년 철수한 이후 재진출이며, 스마트글라스도 약 10년만에 도전이다.
그동안 스마트폰만 출시하던 구글은 하드웨어 제품군을 늘리면서 '픽셀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날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진짜 '픽셀 패밀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분야를 강화하는 이유는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나의 ID로 여러 하드웨어 제품을 연결해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는 사용자가 다른 제조사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락인효과(잠금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 구글 스마트폰 사용자가 편리한 연결성을 위해 스마트워치, 태블릿, 무선이어폰까지 모두 구글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이어폰, 스마트워치 등 여러 개의 하드웨어가 어우러진 생태계가 있다"며 "이제 구글도 비슷한 것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애플은 iOS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충성 고객층 확보에 성공했다. 아이폰, 아이패드(태블릿), 애플워치(스마트워치), 에어팟(무선이어폰), 맥북(노트북), 맥(PC) 등의 연결성을 높인 것이다.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폰, 갤럭시워치(스마트워치), 갤럭시탭(태블릿), 갤럭시버즈(무선이어폰), 갤럭시북(노트북) 등으로 갤럭시 생태계를 만들었다. 최근엔 '스마트 씽스' 앱으로 TV, 세탁기, 로봇청소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IT·모바일(IM)과 가전(CE) 부문을 통합해 MX 사업부로 변경한 것도 더 공고한 에코 시스템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 구글, 웨어러블 시장서 삼성과 경쟁….동시에 협력도 강화
구글은 향후 모바일 시장에서 동일한 '안드로이드 OS'와 '웨어OS'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익숙한 OS의 기기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경쟁하기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글 스마트폰은 현재 미국 시장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단말기 수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또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8%로 2위, 구글은 2%로 6위를 기록했다.
구글은 비교적 신시장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1위인 애플(30%)을 제외하면 삼성전자(10%), 화웨이(8%), 아이무(5%), 샤오미 어메이즈핏(5%), 가민(5%) 등은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여겨질 수 있다.
구글의 픽셀워치는 갤럭시워치와 동일한 '웨어 OS'를 사용한다는 점도 삼성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다. 웨어 OS는 구글과 삼성전자가 협력 개발한 웨어러블 OS이다. 삼성전자는 독자 OS 타이젠 OS를 사용하다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워치4부터 웨어 OS를 탑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당장은 갤럭시 보다는 점유율이 낮은 스마트폰 브랜드를 대상으로 경쟁할 것"이라며 "구글이 픽셀 생태계를 구축하기 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일단 구글과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하면서 경쟁 관계에는 선을 긋는 모습니다. 이들 두 회사는 메가급 경쟁사인 애플과 맞서기 위해 '상생 전략'을 전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구글은 이번 I/O에서 삼성전자와 협업 개발한 '헬스 커넥트'를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삼성전자는 연내에 갤럭시워치에 '헬스 커넥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갤럭시워치4는 올 여름부터 구글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에 '빅스비'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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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X실장 부사장은 지난 11일 기고문을 통해 "올해 웨어OS 단말기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며 "삼성과 구글이 웨어OS를 선보인 지 1년새 사용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걸 보면 이번 협업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생태계를 안드로이드와 폭넓게 통합함으로써 사용자들의 경험을 더욱 의미 있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