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C-ITS 구축한 KT, 레벨4 자율주행 시대 연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자체기술로 차별화 솔루션 개발해 상품화

"왜 KT가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사업에 뛰어드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저희는 기술 기반 회사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고, 같은 생태계에서 움직이는 강소기업들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저희 역할을 하며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강림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은 11일 울산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가 울산에 구축한 C-ITS와 그동안의 ITS 및 자율주행 성과를 공유했다. C-ITS는 차량이 운전자에게 주변 도로, 교통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주는 서비스로 레벨4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최강림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

KT는 앞서 2020년 제주도에 C-ITS 실증사업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달 울산시에서도 C-ITS 구축을 마쳤다. KT는 울산시의 이예로, 삼산로 등 18개 주요 도로 142.6km 구간에 차량·사물 통신(V2X) 기술을 접목해 차량과 차량은 물론 차량과 도로 위 각종 인프라간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했다.

ITS 분야에서는 지난해 대전시, 성남시, 부천시, 안양시, 광양시 등 5개 지자체 사업을 수주했으며 대구시 수성 알파시티를 비롯해 성남 판교 제로시티, 공군 서산비행단 등에서 자율주행 실증사업도 진행했다.

KT는 그동안 쌓아온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해 C-ITS 분야에서 강소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단말기 개발 업체, 설비 엔지니어링 업체, 시공업체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최 상무는 "KT는 단순히 컨소시엄 주관사로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소기업들이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데이터를 가지고 할수 있는 기술 측면에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KT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디지털 트윈 등 자체기술 기반의 차별화된 솔루션인 '로드아이즈'와 '트래픽 트윈' 등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한다고 밝혔다. 

■ 로드아이즈와 트래픽 트윈으로 교통량 조정

이날 KT가 소개한 로드아이즈는 영상분석 솔루션, 트래픽 트윈은 AI 기반 교통흐름 예측 솔루션이었다. KT는 로드아이즈와 트래픽 트윈을 활용해 교통량과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관제 솔루션인 '모빌리티 메이커스'를 활용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차로에 설치된 로드아이즈는 CCTV를 활용해 교통 및 위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다. KT에 따르면 로드아이즈는 낙하물 사고, 차량 충돌, 보행자 등 16종 이상의 오브젝트를 감지할 수 있다. 

감지된 오브젝트를 토대로 트래픽 트윈이 교통상황을 예측한다. 정부 기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API 스펙에 맞춰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해 자체 관제 솔루션인 모빌리티 메이커스로 넘긴다. 모빌리티 메이커스는 그동안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교통량이 밀리는 구간에서 신호를 조정한다. 

최 상무는 "KT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차량과 보행자를 인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예측모델을 활용해 도로 환경에 따라 사고 위험도를 평가할 수도 있다"며 "결국 데이터를 분석해 시뮬레이션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신호 정보를 최적화된 방법으로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교차로에서 교통량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앞서 서울 강남구 일대 교차로 13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솔루션을 활용해 신호를 통제한 결과 평균 6.8%의 교통량이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자율주행 차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할 것"

이날 KT는 울산 주요 도로에 구축한 C-ITS를 활용해 실제로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모습도 시연했다. KT와 울산시는 관내 화물차 1천500대, 버스 900대, 택시 200대, 부르미차 65대, 관용차량 30대 및 기타 차량 5대 등 약 2천700대 차량에 C-ITS 단말기를 설치했다.

단말기가 설치된 차량들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급커브, 내리막길, 사고다발구간 등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앞에 보행자가 나타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알려준다. 자율주행모드로 운전을 진행할 때에는 비상등을 30초 이상 켜놓으면 차량이 이를 인식하고 안내를 보내주기도 한다. 

'울산 C-ITS' 앱

특히 KT가 울산에 설치한 C-ITS는 LTE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지국 없이도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 LTE를 기반으로 해 내비게이션 등 단말기가 없는 경우에도 안드로이드에서 '울산 C-ITS' 앱을 다운로드해 C-IT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 C-ITS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은 차선에 따라 달리는 차선유지보조장치와 긴급제동시스템에 가깝다. KT는 자율주행 기능이 차선변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혹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관련 데이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완성차 및 모빌리티 업체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C-ITS를 토대로 레벨4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최 상무는 "C-ITS는 정부가 2027년까지 계획을 잡고 있는 자율주행 인프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율주행 차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해외로 솔루션을 수출할 계획은 없다. 최 상무는 "최근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해외에서 상을 받는 등 다양한 성과를 보이며 해외에서 기회가 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C-ITS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앞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프라가 더 구축되고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시점이 오면 단순히 구축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시점이 되면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역할이 생길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