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번식인 걸까? 초파리는 치명적 병원균에 감염된 상태에서도 짝짓기 행동을 줄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버밍험대학 연구진이 종류와 심각성의 정도가 각기 다른 여러 병원균을 암수 과일초파리에 감염시켜 관찰한 결과, 이들 초파리는 감염 전과 다름 없이 구애와 짝짓기 활동을 이어갔다.
면역 작용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병원균에 감염된 동물은 짝짓기 등 다른 행동을 줄여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이 연구 결과는 10일(현지시간) 학술지 '프로시딩 오브 로얄 소사이어티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암수 모두 같은 행동을 보였으며, 감염되지 않은 초파리 역시 감염된 초파리를 짝짓기 상대로 배제하지 않았다.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활성화한 과일초파리 역시 짝짓기 행동을 줄이지 않았다.
과거 연구를 통해 병에 걸린 초파리는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면이나 먹이 찾기 행동에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가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다른 행동에 비해 짝짓기에 우선 순위를 둔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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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에는 환경 악화 등으로 생존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질 때 번식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있는데, 초파리 역시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제한된 에너지를 다양한 활동에 분배해야 하는 동물이 어떻게 면역과 번식에 대한 투자의 균형을 잡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병원균에 감염돼도 짝짓기 행동을 계속하게 하는 초파리 뇌의 작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