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도 밝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⑩인공지능(AI) 분야
디지털 패권 시대다. 세계가 앞다퉈 뛰어들었다. 특히 '제2의 전기'라 불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가 AI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신 부가가치 창출에 두팔 걷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말 AI강국을 표방하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ICT 비전은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 달성'이다. 'AI강국 코리아' 달성 없이 실현하기 어려운 비전이다. 윤석열 정부 5년은 향후 미래 50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경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부각한 AI를 근간으로 국가경제를 점프업, G5국가로 진입해야 한다. 당국이 추정한 2021년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세계 6위였다. 이 순위를 2027년까지 세계 3위로 끌어올린다는게 정부 계획이고, 이 대장정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약 3천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AI 기술 개발을 시작하고 지역에 AI를 확산하는 사업도 닻을 올린다. AI의 밥이라 불리는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도 이어진다. 민간과 공공에 AI를 확산하는 행보도 가속화한다.
■ 도전적 AI R&D 추진하고 AI반도체 집중 육성
새 정부 인수위는 국정과제에서 '초일류 AI국가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의 도전적 AI R&D를 추진한다. 또 AI 두뇌인 AI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올해 과기정통부 전체 예산(기금 포함)은 18조 5700억원이다. 작년(17조5154억원)보다 6%(1조583억원) 늘었다. 이중 AI를 전담하는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에서 투입하는 예산은 1조원이 넘는다. 주로 발전적 AI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쓰인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5년간 차세대라 명명한 고급AI 기술 개발에 나선다.
'신뢰할 수 있는 AI'와 '소통 가능한 AI'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5년간 투입하는 예산은 3018억원(이중 국고는 2656억원)이다.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턱도 없이 작다. 하지만 AI주권 국가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AI는 '어시스트'다. 사람의 결정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데이터를 학습해 추론하고 최적 조건을 제시한다. 하지만 왜 그런 결론을 냈는 지 설명을 못한다. AI를 '블랙박스'라 부르는 이유다. '신뢰'도 AI의 아픈 부분이다.
AI가 학습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사람이 제공한다. 사람은 '편향(바이어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AI가 편향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다.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건과 2018년 7월 미국에서 발생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딥페이크(deep fake) 사건은 AI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고, 결국 '신뢰할만한 AI(Trustworthy AI)' 개발이 전세계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5년간 '신뢰 AI'와 '설명가능한 AI'를 외에 ▲메타학습 ▲강화학습 ▲지식기반추론 ▲상식기반추론 ▲학습역량 진단 및 개선 ▲실세계 변화 적응 등 8개 세부 기술(22개 과제)을 개발한다.
AI는 기술도 애플리케이션도 범위가 넓다. 반면 우리나라가 가진 리소스는 제한적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AI강국 코리아는 어디에 승부를 걸어야 할까? 반도체가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 국가다. AI반도체는 아직 세계에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AI반도체는 기존 CPU, GPU 보다 AI 실행에 최적화(성능, 전력효율, 가격 등)한 새로운 고부가 반도체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선점 경쟁이 뜨겁다.
해외서는 AI반도체를 AI semiconductor, AI chip, AI processor로 불린다. CPU를 비롯해 GPU, NPU, 뉴로모픽 등이 AI반도체로 분류된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정밀 수치계산(스칼라 연산)에 강점이 있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벡터 연산 코어를 1000개 수준으로 통합한 것으로 3차원 그래픽 연산에 최적화돼 있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갖는 양을 말한다. NPU(Neural Processing Unit)는 벡터보다 복잡한 매트릭스(행렬) 연산 코어를 1만개 수준으로 통합, 딥러닝 연산의 고속 처리에 최적화한 칩이다. 또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신소자 활용과 프로세서, 메모리 통합 등으로 AI 연산 코어 집적도와 전력효율성을 크게 높인 칩이다.
인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2016년부터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AI반도체가 완전자율주행, AIoT(AI+IoT), 에찌컴퓨팅 등 기존에 불가능한 지능형 혁신 서비스를 실현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반도체는 고성능 제품 개발 과 서비스, 과학기술 연구(생명·나노·환경 등) 같은 폭증하는 컴퓨팅 자원 수요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AI반도체 글로벌 산업 동향을 보면, 인텔·엔비디아·삼성전자 같은 반도체기업은 대규모 인수합병과 대규모 R&D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알테라, 너바나시스템즈, 모빌아이, 하바나랩스 등을 인수했다. 삼성, 애플,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도 자체 개발한 NPU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비반도체 기업도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2017년 TPU(텐서프로세싱유닛)라는 AI반도체를 선보였다.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도 2019년 자체 개발조직을 만들었고 스타트업(스펙 제공)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로 보면 AI반도체는 현재 1세대다. 고성능 CPU와 GPU를 AI 학습과 추론 가속에 활용하고 있으며 초기 형태 NPU가 기술시연 단계에 진입했다. 2세대 AI반도체는 혁신 설계로 수백테라급(1테라 초당 1조번 연산) 성능과 저전력 NPU를 구현한 제품이다. 오는 2025년 전후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3세대 AI반도체는 차세대 신소자 접목과 신개념 PIM(Processing-In-Memory)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뉴로모픽 반도체를 구현한 제품이다. 기존 집적도와 전력효율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특히 PIM 반도체는 현재 모든 컴퓨터의 근간인 폰노이만 아키텍처(von Neumann Architecture) 구조를 뛰어넘는 것으로 반도체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와 시스템반도체를 혁신성장의 전략투자 분야로 지정,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미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고 2019년 12월에는 인공지능 국가전략도 공개했다. 또 오는 2029년까지 1조원 정도를 투입해 차세대 AI반도체 대표 주자인 PIM과 같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대학과 중소기업의 AI작업 지원
AI를 잘 하려면 기술(알고리즘), 데이터,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이들 3총사는 AI강국 코리아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도 AI생태계의 한 축인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대표적인게 광주광역시에 조성하는 AI 융복합단지다. 지난해 2월 과기정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수식이 열렸다. 앞서 광주광역시는 AI융복합단지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구축 민간사업자로 NHN 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NHN컨소시엄은 오는 2024년까지 약 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융복합단지의 핵심인프라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다. NHN컨소시엄은 광주에
연산량이 88.5PF(페타플롭스, 1PF는 1초에 1천조번 연산 가능)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AI를 연구개발하거나 활용하려는 중소·벤처기업과 공공기관, 대학교(원)에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도 당국이 시행중이다. 지원 규모는 기업과 기관 한 곳 당 GPU 서버 1식(20테라플롭스(20TF) GPU, 16코어 2.1Ghz, 128GB 메모리, 2테라바이트 HDD, 1기가bps 회선 이상)이다. 사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당국은 GPU 사용률을 월 단위로 점검, 사용률이 낮은 경우 20테라플롭스(20TF)를 10테라플롭스(10TF)로 낮추고 반대로 사용률이 높으면 20TF를 40TF로 높여 지원할 예정이다.
■ 민간과 공공에 AI 확산
AI강국이 되려면 원천 기술 확보 외에 각 도메인에 AI를 적용, 해당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국이 시행하는 사업이 'AI 바우처'다. AI가 필요한 기업(수요)에 기업당 최대 3억원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총 980억원을 투입한다. 수요기업은 AI 솔루션을 도입해 자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
이 사업은 AI 솔루션을 가진 AI기업(공급기업)에도 호응이 높다. 자사의 AI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모두 만족도가 높은 '윈윈' 성격 사업이다. 2020년 처음 시행했고 올해도 약 350개 과제가 진행된다. 오는 10월말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된다. 과제에 선정되면 혜택이 많다. 인건비와 솔루션비, 인프라 구축비 등으로 최대 3억원을 지원받는다. 특히 올해는 의료 분야를 유망산업으로 규정, 의료 분야 과제 75개 내외를 별도로 선발했다. 또 우수 기업과 청년기업(대표가 39세 이하) 지원도 강화했다.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A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필요한 수요기업의 혁신 노력을 지원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공급기업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는 개선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수요 기업에 대기업이 빠져 아쉽다"면서 "수요기업에 참여하는 중견 기업 숫자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세, 법무, 국방, 산림, 농축산업 등 공공 분야에 AI를 적용, 국민서비스를 높이고 해당 도메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관세청의 경우 AI로 가짜 명품을 가려내 짝퉁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걸 차단한다. 또 군 장병이 흔히 걸리는 질환을 AI를 활용해 적발하거나 분류, 군 장병의 안전한 복무 환경 조성에도 AI가 앞장서고 있다. NIPA가 올해 공공 부문의 AI 적용에 사용하는 예산은 작년보다 늘어난 587억원이고, 9개 공공 부문에서 사업이 이뤄진다. 이재형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대한민국 디지털 대전환에 AI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AI강국 코리아 달성에 필요한 생태계 조성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AI 서비스 개발에 필수인 학습 데이터도 올해 대규모로 만들어진다. 2020년 처음 시작했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5700억원을 투입한다. 이 돈으로 다양한 AI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한다. 당초 오는 2025년까지 총 2조5000억원을 투입, 1300여종의 데이터셋을 구축할 계획이였다. 새 정부가 들어면서 이의 투자액은 조정될 전망이다.
AI기업 소이넷의 박정우 대표는 "인공지능 모델은 데이터 학습량과 성능이 비례한다. 각 분야로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고품질, 대규모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가 필수"라면서 "데이터 수집과 가공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우리 같은 중소 AI기업에는 학습데이터 구축 사업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반색했다. 또 다른 AI기업 역시 이 사업을 높이 평가하며 "당국이 AI허브에 올린 데이터셋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되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 지역 확산으로 지역경제 발전 견인
지역발전은 역대 어느 정부에나 큰 숙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6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17개 광역시도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발전이 국가 발전"이라면서 "이제 지역균형발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사항"이라고 밝혔다.
인프라 성격이 강한 AI는 지역 산업과 지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더 속도감 있게 AI 지역 확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전 정부가 그려 놓은 AI 지역 확산 방안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역거점 AI 교육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거점 AI 교육 사업'은 지역 중소·벤처기업 재직자와 예비창업자, 대학생 등에게 AI 교육과 협업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역량강화 거점 3개소와 특화인력양성 거점 1개소를 각각 선정, 지원한다. 지난 2월말부터 한달간 진행한 공모에서 7개 지자체가 신청했고 이중 부산광역시, 강원도, 충청북도, 광주광역시 등 4개 광역시도가 선정됐다. 광주시의 경우 특화인력양성 거점에 뽑혔다. 이들 4개 지자체는 이달부터 1기 교육생을 모집한다. 지역 핵심 산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 4개 지역에서 올해 육성하는 AI인력은 총 162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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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보면, 부산시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지능정보 서비스와 지능형 기계, 스마트 해양물류 분야에서 활약할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부산과 울산, 경남으로 나눠 시행한다. 강원도는 경상북도와 함께 교통,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관광, 해양분야에 특화한 환동해권 AI 교육과정을 공동 기획, 운영한다. 충청북도는 오창산업단지, 청주산업단지에 교육 거점을 개설해 충청권에 위치한 주요 산단 기업의 AI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교육을 시행한다. 특히 스마트 IT 부품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특성을 반영해 제조분야 AI융합 과정을 개설해 운영한다
. 광주광역시는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4대 산업분야에 즉시 투입가능한 AI 특화인력을 양성을 목표로 6개월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행한다. 현재 추진 중인 광주 AI집적단지와 연계, 지역 내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도 조성한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충북TP) 원장은 "자금, 인력, 시장 등 인프라면에서 지역은 수도권보다 열악하지만 지역 산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