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달리 직장인들의 월급은 거북이걸음이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고스란히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월 평균 실질임금은 350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388만9000원) 대비 9.8% 줄었다. 물가상승에 따른 영향이다.
실질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2월 101.58이었는데, 지난 2월 105.30으로 확대됐다. 명목임금은 비슷한데 물가상승에 따른 월급의 실질 가치가 축소됐다는 얘기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임금은 일정한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은 감소하지만, 명목임금은 변화하지 않는다.
예컨대 200만원의 월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1개에 1만원인 빵 200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빵값이 1개에 2만원으로 오를 경우 구매할 수 있는 빵은 100개로 줄어든다. 임금액은 변함이 없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이 1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통계청 조사를 봐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실질임금 상승률(2.0%)을 뛰어 넘었다. 현 정부 초기만해도 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높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 정부 초기인 2017년 물가 상승률(1.9%)이 실질임금 상승률(1.3%)을 넘어선 적이 있지만, 이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실질임금 상승률을 추월한 적은 없었다.
실제 월 평균 임금 감소 추이는 다양한 데이터에서 드러나는데 KB부동산이 분석한 전국 중위가구 월소득액(지난해 12월 기준)을 봐도 전국 중위가구 월소득액은 460만9936원으로, 2020년 12월 462만7868원보다 0.39%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4월 소비자물가 4.8%↑…13년 반 만에 최고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월급은 제자리인데 펄펄 끓는 물가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오르면서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 우울한 현실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장기화 등 국제 정세로 인한 이 같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다가 3월에 4.1%로 4% 선을 돌파했다.
'4.8% 물가상승률'은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2008년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시기다.
향후 전망도 어둡게 보는 시각이 짙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달 수준의 지수(106.85)를 앞으로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3.9%가 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간 물가 예측치가 4.0%인 만큼 연간 4%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뻔한 월급 탓 자금융통 해야 하는데… 겁나는 '대출 금리'
18일 경기 과천의 한 은행 외벽에 신용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두 번째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 금리가 7%대로 올라서게 되면 이는 약 13년 전 수준 대출금리와 같다. 2022.4.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의 이자부담을 늘리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금리(가중 평균)는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의 3.93%와 비교하면 0.05%p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도 농후하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현재의 1.50%에서 0.25%포인트(p) 오른 1.75%로 상향 조정될 거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가파른 기준금리 오름세는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올 연말 기준금리로 1.75~2.00% 수준을 내다봤던 시장은 이제 2.25~2.50%로 전망치를 대폭 높이고 있다.
이는 국내 물가상승률에 기인하는데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대에 접어든 뒤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올해 1월 3.6%, 2월 3.7%를 기록했다. 이어 3월 들어 4.1%로 4% 선을 뚫었으며 4월에는 이보다 더 높은 4.8%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기준금리 0.25%p 인상을 결정한 지난달 14일 회의에서도 최대 화두는 단연 물가였다. 익명으로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 기대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현재는 더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인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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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어 서민가계 부담은 날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종전에는 연말 기준금리 2%를 예상했으나 최근 인상 전망이 더욱 강화되면서 2.25%로 높였다"며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7월 금통위까지 3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