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덕 주도 시장에 LG 가세…반도체기판 FCBGA 경쟁

"반도체 칩보다 패키지기판 성장률 높다"…줄줄이 수천억 투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5/04 16:39

차세대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까지 투자 경쟁이 붙었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가 양분해온 시장에 LG이노텍이 뛰어들었다.

패키지 기판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한다.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면서도 작고 미세하게 포장하는 고부가가치 기술로 평가된다. PC·서버·네트워크 등의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인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하반기에 서버용 패키지 기판을 양산하기로 했다. 부산사업장 패키지 기판 공장을 증축하고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데 3천억원,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천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제품에 들어가는 패키지 기판이 아파트라면 FCBGA는 100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지을 때처럼 기술이 필요하다고 삼성전기는 소개했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사진=삼성전기)

LG이노텍은 FCBGA 시설·설비에 처음으로 4천1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자기자본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단 FCBGA 생산 라인을 세우고서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추가 투자 계획이나 언제부터 양산을 시작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LG이노텍은 자사의 반도체 기판 기술을 바탕으로 FCBGA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섰다. 40년 가까이 기판 소재 사업을 하며 개발한 초미세 회로, 여러 개의 기판 층을 정확하고 고르게 쌓는 기술, 반도체 기판의 코어 층을 없애는 기술 등을 FCBGA에 활용한다.

대덕전자는 지난달 21일 기계 장치를 비롯한 신규 시설에 2천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자기자본의 39.6%에 달하는 투자 규모다. 비메모리 반도체용 대면적(Large Body) FCBGA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에 투자한다고 대덕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사진=삼성전기)

주요 부품 회사가 줄줄이 FCBGA에 대규모 투자하는 이유는 수요가 많은 시장에 공급은 적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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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는 고급 패키지 기판 공급이 2026년까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수요가 급증했다. 1분기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 매출은 5천1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3월 부산 투자를 결정하고서 “인공지능(AI)·클라우드·메타버스 확대로 반도체 제조사가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 회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FCBGA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비대면 경제 규모가 커진데다 반도체 성능이 좋아져 FCBGA 수요가 급증한 반면 이 기술을 가진 업체는 적어 공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3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본사에서 열린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FCBGA 같은 신규 사업을 성공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