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내 마지막 특별사면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이 불발됐다. 이에 경제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새 정부 출범 이후 8월15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경제인 사면복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직전 '부처님오신날'(5월8일)을 앞두고 임기 내 마지막 사면을 고심했으나, 사면을 단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이날 개최되면서 2일까지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가 열려야 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심하면 오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 안건을 처리하는 절차이지만, 현재 상황을 봐서는 물리적 시간상 진행되기 어렵다는게 정치계 중론이다.
그동안 사면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전 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거론됐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근 여론에서는 이 부회장 사면에만 우호적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7.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8%, 반대한다는 응답은 23.5%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은 40.4%, 반대는 51.7%로 집계됐다. 김경수 전 지사는 사면 찬성 28.8%, 반대 56.9%로 반대 의견이 거의 2배에 달했다. 정경심 전 교수 사면은 찬성 30.5%, 반대 57.2%를 나타냈다.
경제계는 문 대통령의 사면 불발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인 사면 단행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윤 당선인은 친기업 행보를 확대, 규제개선 등을 약속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이날 윤 당선이 발표한 '110대 국정비전과 국정운영원칙'에서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국정 목표로 내세웠다.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해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과 정부의 전방위 지원 하에,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 사면 불발되자 아쉽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계획수립, 투자 판단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사면 불발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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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사면은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청와대와 법무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면 검토되기 시작했다. 또 지난 29일엔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약 207개 업체가 소속된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가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