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금융사기, 메인프레임으로 실시간 차단"

정승건 한국IBM 상무

컴퓨팅입력 :2022/04/28 15:51    수정: 2022/04/28 16:23

“최근 금융권의 고민은 급증하는 금융 사기의 심각성이다. 사기거래나 자금세탁 범죄를 실시간으로 차단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존 FDS나 AML은 트랜잭션과 별도의 GPU 시스템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할 수 없다. IBM z16은 메인 프로세서에 인공지능(AI) 추론 엔진을 내장해 트랜잭션 시점에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다.”

한국IBM의 IBM Z 및 리눅스원 사업부 정승건 상무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메인프레임 시스템인 ‘z16’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IBM에 따르면, 오늘날의 IBM 메인프레임은 포춘 100대 기업 3분의 2, 세계 50대 은행 중 45곳, 10대 보험회사 중 8곳, 10대 글로벌 소매업체 중 7곳, 10대 통신회사 중 8곳에서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를 실행하며, IBM z시스템은 밸류 기준 전 세계 거래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IBM 정승건 상무

현재 금융 기관은 수익 및 소비자 상호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기 행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BM 의뢰로 모닝 컨설트가 작성한 연구 보고서 ‘2022년 IBM 글로벌 금융 사기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7개국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기 형태는 신용카드 사기였다.

응답자들은 은행과 결제 네트워크가 사기 방지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연 시간 문제로 인해 딥러닝 모델을 규모에 맞게 실시간으로 실행하기 어렵고, 상당 수준의 사기 행각이 발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승건 상무는 “미국의 경우 직불카드가 많이 쓰이는데, 직불카드는 결제 시점에 계좌에서 바로 돈이 빠져나가야 한다”며 “기존의 사기방지 AI 시스템은 거래 환경에서 실시간 체크를 적용하면, 지연시간 때문에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IBM z16은 7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되는 텔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텔럼 프로세서는 AI 전용 가속기를 칩에 내장해 다양한 AI 추론 기능을 하드웨어 칩에서 실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IBM z16은 1밀리초의 지연 시간으로 하루에 3천 억 개의 추론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AI 분석을 위한 데이터 이동이 필요없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텔럼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금융권 외 의료, 제조,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AI 기능을 빠르게 실행하지만, IBM 메인프레임의 핵심 고개층이 금융권인 만큼 금융사기방지에서 큰 잠재력을 보이게 됐다.

정 상무는 “다른 플랫폼에서 학습시켜 구현한 AI 모델을 텔럼 프로세서에 이식해서 돌릴 수 있다”며 “AI 학습 부분을 z16 개발 파티션에 넣어서 학습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프로덕션 시스템에서 런타임을 돌릴 때 적용 가능하게 유연하게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IBM z16 시스템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금융사기방지 AI를 거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AI 온칩과, 양자내성 암호화 시스템 ‘퀀텀 세이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지원 등이다.

정 상무는 “양자 내성 암호화는 현 시점에선 너무 빨리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오늘날 보안에서 많이 쓰이는 공개 키 기반 암호화는 양자 컴퓨터로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양자 내성 암호화는 현재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자 내성은 양자컴퓨터에서 풀기 어렵게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다. 정 상무는 “주민등록번호나 금융계좌 정보 같은 데이터는 수명주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요즘 해커들은 암호화된 데이터라도 언젠가 양자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면 그때 풀어버리겠다며 일단 탈취한다”며 “요즘 금융과 의료 분야 분석에서 데이터 이동 시 복호화 없이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하는 ‘완전 동형 암호’를 필요로 하고 있어 퀀텀 세이프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경우 레드햇 오픈시프트 플랫폼을 활용해 쿠버네티스와 컨테이너 환경을구축하고 오픈소스 생태계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정 상무는 “오늘날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IT 측면 고민은 클라우드, 컨테이너,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세 가지”라며 “이는 메인프레임 이용기업에게도 마찬가지인 고민이고, 메인프레임도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 툴체인을 다 연결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가서 컨테이너로 MSA 체계를 도입하고 비즈니스 민첩성을 갖추기 위해 메인프레임도 레거시 업무를 API로 열어서 새로운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에서 접근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IBM z16

2000년대초까지 전세계 IT시장을 장악했던 메인프레임은 이제 구식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다운사이징 시대를 넘어 클라우드 시대에 이른 지금 메인프레임이란 하드웨어 플랫폼이 현 시점에 의미있냐는 생각도 든다. 국내의 메인프레임 이용 기업도 손에 꼽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메인프레임 투자를 놓지 않고 있다. 글로벌하게 메인프레임 고객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투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측면의 진보를 메인프레임으로 선도하겠다는 의지 표명에 가깝다. 불과 몇년전까지 메인프레임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하라는 IBM의 주장은 허무맹랑하게 여겨졌지만, 탈 인텔과 커스텀 프로세서 개발에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적극 나서는 요즘은 IBM의 메인프레임 투자는 재조명된다.

정 상무는 “IBM은 새로운 메인프레임 모델을 내놓을 때 하드웨어 측면에서 상당히 큰 혁신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존에 없던 프로세서 로직을 넣고, 그를 리눅스원을 활용해 오픈 스탠더드 진영으로 이전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BM은 리눅스 환경 전용의 메인프레임 제품인 ‘리눅스원’을 제공하고 있다. z15에 도입된 새 기능은 차후 리눅스원 신제품에도 이식됐다. z16과 텔럼 프로세서의 새 기능도 리눅스원으로 이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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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IBM의 메인프레임은 범용 서버 역할뿐 아니라 플래그십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기술뿐 아니라 중요한 고객과 사회의 여러 요건을 수렴해서 제공하는게 중요한 책무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AI의 실시간 처리, 민감 정보를 보호하는 퀀텀 세이프를 제공하고, 모든 조직과 개발자, 비즈니스에서 추구하는 클라우드, 컨테이너, MSA를 기저의 메인프레임 관점에서 어떻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점으로 접근할 지 솔루션과 컨설팅 역량을 종합해서 제공한다는 게 IBM의 기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