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반복적인 업무가 현저히 줄고, 환자 대기줄도 짧아졌다.”
고병철 KMI한국의학연구소 재단본부 디지털혁신실 CIO의 말이다. KMI는 최근 차세대 검진시스템인 ‘KMI한국의학연구소 지능형건강검진시스템’(KMI Intelligent Comprehensive Medical Check up system), 일명 킥스(KICS)를 구축했다. 사전 준비를 거쳐 킥스 시스템 구축에 소요된 시간은 15개월. 고병철 CIO는 “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ICT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의료기관은 많지만, 첨단 검진시스템은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강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건강검진 이용률이 갈수록 증가하고, 고객의 니즈도 커지고 있다. 연간 100만여 명이 내원하는 KMI에서 킥스가 구축된 배경과 장점이 궁금했다.
지난 25일 KMI 여의도 검진센터에서 만난 고병철 CIO는 “종이 차트를 들고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고 자신했다.

■ “표준화·통합화 주안…환자 만족도 커”
-킥스(KICS) 시스템 구축 이유가 궁금하다.
“이전에 쓰던 시스템은 낙후되어 한계가 있었다. 고객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등 직원들의 업무부하를 줄여야 할 필요도 있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효율화를 우선 고려했다.”
-역점을 둔 부분은.
“통합화와 표준화다. 의료기관 사이에 정보교류는 원활치 않고,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도 교류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가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의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통합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센터는 지역에 따라 업무 프로세스가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 협업과 인력 순환 근무를 위해서도 통합화는 필요했다. 통합화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함께 실시했다.”
-킥스(KICS) 시스템에 따라 센터별 검진 정보 연동이 가능한가.
“고객 동의하에 가능하다. 우리 임의대로 강남센터에 보관된 의료정보를 여의도센터로 보내서는 안 된다. 클라우드에 보관된 의료데이터는 환자 전원 시 우선 기존 자료를 타센터로 이동할지 여부에 대한 동의를 얻고 나서야 전달할 수 있다.”
-구축에 100억 원이 들었다.
“킥스(KICS)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을 고려하면 매우 알뜰하게 했다고 판단한다. 센터 한 개소 당 하루 평균 1000명이 내원한다. 연간 100만 명을 상회하는 검진 희망자들이 온다. 7개 센터와 재단 중앙분석실을 포함해 100억 원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알뜰한 지출이었다는 판단이다.”
-투자 대비 이득은 무엇인가.
“문진표·차트·필름도 더는 필요하지 않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가령, 환자 차트는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종이 차트의 분량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부담도 컸다. 전자차트를 통한 DB 관리 효율이 크다. 또 관련 업무 인력이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점도 이점이다. 엑셀이나 수작업 등의 단순 업무를 줄인 대신 심화업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의료진은 과거보다 연구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가량 절약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적잖은 이득이다. 검사효율을 높이고 사람으로 인한 오류를 줄여, 3시간이 소요되던 검진이 2시간으로 줄었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지난해 KMI 전 센터에 115만 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1시간씩만 줄여도 1년에 100억 원 이상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킥스(KICS) 구축 후 오류 해결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의료정보 시스템은 매우 민감하다. 때문에 사전에 여러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사전 작업을 해도 구축 이후 발생하는 일정 시스템 오류는 불가피하다. 핵심은 대응이다. 의료기관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오류 공지부터 대응까지 대표자 회의를 거쳐 빠르게 결정해야 하고, 모니터링도 결정권한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는 게 좋다. 킥스(KICS)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판단한다. 시스템 오류 자체도 적었을 뿐더러 사후 대응 체계도 합리적으로 이뤄졌다.”
-의료정보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의료기관이 올스톱된다. 킥스 구축에 15개월여가 걸린 것은 업계에서 일반적인가.
“과거 대학병원 5개 분원에 시스템을 적용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시스템 오류로 병원이 올스톱될 정도였다. 사실 그것을 구축 초기부터 감안하고 간다. 시스템 안정화까지 계속 개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기관들이 시스템 구축 후 안정화에 길게는 수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새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오픈일을 맞추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오픈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추가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킥스는 오류도 적었을 뿐더러 오픈일도 맞췄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요즘 시스템 환경이 과거보다 개선됐기 때문인가.
“그 이유도 있지만, KMI는 사전 ‘리허설’을 전부 마치고 오픈을 했다. 오픈도 순차적으로 했다. 그렇게 15개월이 걸렸다.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고 본다.”
-직원들의 협조는 어땠나.
“개발사나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했다.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오류는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킥스(KICS) 도입 후 운영에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한 것은 협력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사용자가 얼마나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환경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중요하다. 이게 안 되면 시스템 구축 후 4~5년이 지나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안정성과 효율성 대비 보안성은 향상됐나.
“사람에 의한 물리적 보안은 이전에도 강화하고 있었다. 민감정보인 의료데이터는 KMI의 전산실이 아닌 KT 클라우드에 보관되며 이곳에서 각종 해킹 시도 방어가 이뤄진다. KMI 디지털혁신실 내 통합관제실로 7개 센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실시 중이다. 매달 ‘정보 보호의 날’을 둬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또 검진 과정에서 화면별로 사용자 권한 관리를 뒀다. 예를 들면 접수자는 접수화면만 볼 수 있고 다른 화면을 못 보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아침 시간마다 문진표를 작성하려는 사람들로 센터 로비는 매우 번잡했다. 그렇게 작성한 문진표는 오류가 잦았다. 현재는 개인이 사전에 PC와 모바일로 문진표를 작성하다보니 좀 더 상세하고 질이 높은 문진이 이뤄진다. 전자 문진표 작성 이후에 내원하게 되니 센터가 쾌적해졌다는 평이다. 또 건강검진 결과도 모바일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반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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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킥스 RFID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던가.
“도입 전에 이 부분을 우려했다. 시범적으로 강남 및 수원 센터에 도입했더니 어르신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매우 능동적으로 임하더라. 이제 각 센터에서도 앞 다퉈 RFID 도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