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나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서비스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을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해 주며 폭발적으로 발전해 왔다.
상시 고용을 전제로 하는 기존 노동 환경과 달리 수많은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일시적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긱(gig)'에서 따온 '긱 이코노미'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1920년대 미국의 공연장이나 클럽에서 연주자를 임시로 모집해 공연하는 것을 '긱'이라 부른 데서 연유했다.
플랫폼 서비스는 오늘날 가장 논쟁적 주제 중 하나다.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겐 유연한 수익원을 제공하지만 근로자를 착취하는 불안정한 노동 구조를 고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런 중에도 플랫폼 서비스는 차량 호출이나 음식 배달을 넘어 여러 산업으로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 플랫폼 방식이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서비스가 힘을 쓰지 못 하는 분야 중에는 뜻밖에도 '긱 이코노미'의 원조인 음악 공연 분야도 있다.
미국과 영국, 멕시코 공동 연구진은 음악 공연 산업의 구조를 분석, 어떤 분야에 플랫폼 등장을 가로막는 요인들로 ▲가치 산정의 어려움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업무 ▲파편화된 시장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신기술, 노동 및 고용(New Technology, Work and Employment)'에 실렸다.
연구진은 영국과 독일의 연주자 중개업체 웹사이트와 음악인 알선 사이트 등 168곳을 조사하고, 종사자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주자들은 일찍부터 부정기적 고용 관계를 맺고 일하는 '긱' 방식에 익숙할뿐 아니라, 음악 역시 가장 먼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된 분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라이브 공연 분야에 주도적 플랫폼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연구진은 우선 가치 산정의 어려움을 꼽았다. 보통 플랫폼은 별점 같은 장치를 써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반면, 음악인의 서비스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음악인 중개 사이트는 대부분 고객이 연주 파일을 듣고, 공연 사진과 영상 샘플 등을 확인해 원하는 연주자를 고르도록 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과정 때문에 '쉽고 빠른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워진다.
또 음악 공연 환경은 복잡하고 예상하지 못할 변수가 많다. 식음료, 대기실, 무대 환경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개별 협상의 필요성이 커져 플랫폼의 효용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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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공연 분야가 파편화되어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원인이다. 같은 라이브 공연이라도 결혼식이나 기업 행사 등 '기능적 공연'과 음악 축제 참여 등 '창의적 공연'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 이를 포괄하는 플랫폼 구축이 쉽지 않다.
이안 그리어 코넬대 산업노동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이 연구는 라이브 음악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것이지만, 여기서 발견한 핵심 요소들은 보다 광범위한 검토의 대상이 될만한 가치가 있다"라며 "과거 음악인들이 업무 조건을 놓고 종종 집단 행동을 벌인 점에 비추어 보면, 노조나 협동조합에 의한 플랫폼 구축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