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인터넷 요금 인상?...공유지 비극 이론 재부상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겪고 있는 망 이용대가 분쟁은 ‘공유지의 비극’ 사례로 이어질 것이란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콘텐츠사업자(CP)가 일으킨 과다한 트래픽 대비 가입자 비용이 낮은 가운데 인터넷 전송품질이 저하되고 투자비용 부족에 따라 망 품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결국 망 투자를 위해 넷플릭스를 보지 않는 이들의 인터넷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22일 제주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미디어산업의 성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아 공유지의 비극을 우려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공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결국 자원이 황폐해지고 고갈되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다른 CP와 달리 넷플릭스와 구글 등이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면서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하는 무임승차 행위가 이어지면 국내 IT 인프라인 인터넷이 쓸모없게 황폐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상규 교수는 “망 이용대가 논쟁은 외부효과로 인해 가격신호가 왜곡되는 공유지의 비극 사례와 가장 유사하다”며 “트래픽이 과다한 가입자에 추가 비용을 징수해 네트워크 투자비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CP의 무임승차가 이어지면 결국 인터넷서비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인터넷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니면 투자 비용 부족으로 망 품질이 악화될 경우 CP 사업도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재판에 대해서는 1심 결과가 시장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시작한 재판에서 지난해 패소한 건이다.

변 교수는 “ISP와 CP 간 망 이용대가 갈등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내린 최초의 사례”라며 “유럽 4대 통신사가 공개서한을 내놓고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데 참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 인터넷 전송에서 예상되는 시장의 실패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넷플릭스가 유발한 비용을 넷플릭스 비가입자에 공동으로 분담케 해 넷플릭스 가입자에 보조금이 지불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가격신호를 시장에 제공해 사회적으로 최적의 수준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해 외부성 효과, 공공재 등 가격신호의 혼란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