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OO명"...교통안전 정보가 도리어 사고 늘린다

미-캐나다 연구진, "도로변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가 운전자 주의 분산, 사고 위험 높여"

과학입력 :2022/04/22 13:15

"오늘 교통사고 사망자 OO명"

운전하며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교통 안전 정보다. 그러나 안전 운전을 장려하기 위한 이런 정보가 도리어 교통사고를 늘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로 교통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전자게시판(DMS)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 주 도로에 설치된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 안내판과 교통사고 발생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 이같은 정보가 운전자의 인지 부하를 높여 사고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21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텍사스 주 당국은 2012년부터 한달에 한번 일주일 간 도로에 설치된 전자게시판(DMS)에 '올해 텍사스 교통사고 사망자 1669명'과 같은 식으로 연간 누적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게시하고 있다. 정보를 올린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의 교통사고 발생 추이를 비교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인 셈이다. 

 

연구진은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를 게시하는 안전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인 2010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의 교통사고 데이터를 캠페인이 진행된 2012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캠페인이 진행된 주에 그렇지 않은 주보다 더 사고가 많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적힌 게시판이 있는 곳을 기점으로 10㎞ 구간에서 사고가 4.5% 더 많이 발생했다. 과거 연구를 참고하면, 이는 제한 속도를 시속 5-8㎞ 올리거나 순찰 경찰을 6-14% 줄이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를 담은 전자게시판 때문에 텍사스 주에서 연간 2천 600건의 교통사고가 추가로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런 캠페인을 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교통사고 발생이 연간 16% 늘어나면서 매년 3억 7천700만 달러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와 교통사고 발생 사이의 관계 (자료=사이언스)

이같은 뜻밖의 결과는 게시판에 담긴 교통사고 정보가 운전자의 주의를 빼앗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교통이 복잡하고 차선을 자주 변경하며 운전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났다. 

연구를 주도한 조슈아 매드센 미네소타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혼잡한 도로에서 차선을 바꿔가며 운전하는 것은 운전자의 인지적 부담을 높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정보와 같은 눈길을 끄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면 운전자의 주의가 분산돼 사고 위험을 키운다"라고 밝혔다. 

게시된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클수록 사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연간 누적 사망자 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자연히 커지는데, 캠페인 주간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역시 하반기에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 수를 모두 합쳐 보여주는 1월에 교통사고 추가 발생률이 가장 높아졌다가, 수치가 초기화되는 2월에는 줄어들었다.  

사망자 숫자가 적거나 도로가 덜 혼잡할 때에는 교통사고가 덜 일어났다.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 정보 제공 방식을 보다 안전하게 바꾸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매드센 교수는 "차가 교차로에 정차했을 때 교통안전 정보를 보여주는 식으로 캠페인을 새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운전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설계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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