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눈덩이…정호영 후보자가 맞은 최악의 열흘

[이슈진단+] ‘아빠 찬스’ 논란에 사면초가…사퇴 없이 정면 돌파 응수했지만 험난한 인청 앞둬

헬스케어입력 :2022/04/21 05:00    수정: 2022/04/21 08:30

역대 4번째 의사 출신 장관, 국·공립대병원장을 역임해 의료현장을 잘 알고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겠다는 기대. 그러나 기대감은 지난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명 하루 만에 빛이 바랬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야기다.

제54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 후보자는 임명 이튿날부터 과거 지역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으로 곤혹을 치렀다. 정 후보자는 “과거 일”이라며 사과했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비롯해 저출산, 초고령에 대비한 복지 분야 수장으로서 후보자의 자질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복지부의 ‘유능한’ 복지 인재를 활용하겠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당선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논란은 후보자 자녀들의 경북대의대 편입과 병역 판정을 둘러싸고 폭발했다. 본인의 병원장 시절이라 소위 ‘아빠 찬스’ 의혹도 일었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교육부 감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면 자진사퇴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럼에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은 보도설명자료를 발표하기 바빴다. 인사청문회 이전 역대 복지부 장관 지명 후보자 가운데 가장 많은 해명자료가 하루에도 수차례 발표됐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불과 열흘만에 벌어졌다.

사진=채널A 뉴스 유튜브 캡처

■ “문제 발견 시 사퇴 불사”

지난 16일 늦은 오후. 인사청문 준비단은 이튿날 복지부 출입기자단 대상 정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 소식을 긴급 공지했다. 준비단은 해당 기자회견이 ‘자진사퇴’가 아닌 의혹 ‘해명’에 대한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17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한 시간 남짓 남겨둔 회견장은 미리부터 모여든 취재진으로 부산했다. 정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생중계로 전해질 예정이었다. 1시31분 연단은 진을 친 사진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정 후보자의 회견장 등장부터 퇴장까지 그를 따라붙을 기자들도 ‘스탠바이’ 상태였다. 이제 이날의 주인공은 ‘주인공’만 등장하면 될 참이었다.

1시39분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가 취재진과 논의를 거쳤다. 정 후보자의 정면 연단을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고개를 숙이기로 정리가 됐다. 다시 50분이 되자, 설명자료가 배포됐다. 40페이지 분량이었다.

2시 정각 정 후보자가 회견장에 들어섰다. 곤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비교적 차분한 표정이었다. 정 후보자는 안경을 쓰더니 품에서 준비해온 회견문을 꺼내 읽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불필요한 염려를 야기”라든지 “근거가 없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등의 다소 강한 표현이 섞여 있었다.

회견문을 읽고 나자 현장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후보자의 목소리가 작다는 요청도 잇따랐다. 정 후보자는 약간 당황한 듯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댔다. 한 기자가 물었다.

“자녀들의 편입학에 대해 심사위원 교수들이 후보자의 자녀가 입학 지원을 했다는 걸 몰랐다고 확신할 수 있으십니까? 자녀들이 편입학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하지 않았다고 확신하시나요?”

정 후보자가 대답했다. “저는 제 자녀의 입학 사실을 교수님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또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큰 일 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할 의도조차 없었습니다.”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따님이 경북대의대 편입 구술면접을 볼 때 만점 받았어요. 당시 만점 주신 심사위원들은 후보자님과 인연 있었던 걸로 취재가 됐는데요.”

정 후보자는 자녀가 만점을 받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심사위원과의 친분 관계에 대한 추가 해명은 없었다. 다시 질문이 쏟아졌다.

“자녀 논란에서 조국 전 장관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당선인에게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결단을 내릴 생각이 있으십니까?”

정 후보자의 얼굴이 약간 상기됐다. 그가 말했다. “저는 예전에 병원장이 될 때 인사 검증을 혹독하게 받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좀 주세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건….” 후보자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저에 대한 개인적 질문에만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단의 사회자가 양해를 구했다. “한 기자당 한 질문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후보자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한 것이었다. “장관으로 임명된 후라도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퇴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어떤 답변을 해도 부담이 되는 질문이었다.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언론들은 검증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후보자의 말.

“부당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상응한 조치를 받아야 되겠죠.”

사진=채널A 뉴스 유튜브 캡처

■ 혹독한 인사청문회 예고

이후에도 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계속 터져 나왔다. 병역 의혹에 대해 정 후보자는 “아들의 척추질환 진단은 경북대병원의 2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의 CT 검사, 도합 총 3번의 검사를 거쳤다”며 “객관적인 근거 측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재검증을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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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검증은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인사청문 준비단 내부에서는 두 번의 인청을 준비하게 만들지 말아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자신을 향한 ‘부적격 인사’ 오명을 과연 일소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이번 인청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