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데 이어 다음주에는 실외 마스크 해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방역을 대폭 완화했다가 유행 확산으로 다시 방역을 조이고 있지만 시민들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20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거리두기에 이어 실외 마스크 의무조치까지 줄줄이 해제할 경우 필요할 때 다시 방역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보냈다.
현재 실내·외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은 유지되고 있다. 실내에서는 전체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실외에서는 2m 이상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거나 집회, 공연, 행사 등 다수가 모이는 경우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지난 18일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2주간 방역 상황을 고려해 다음주 중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방역 당국은 5월 하순 또는 6월까지도 현재의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일본은 실내·외 마스크 의무화를 모두 해제한 상태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제외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의 경우 실외 마스크 의무화는 해제하고 실내 마스크는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BA.2 우세종화 영향으로 뉴욕, 필라델피아 등 동부권에서 유행이 다시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 일 평균 1366명이던 확진자 수가 지난 7일 1887명으로 늘었다.
이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50% 이상 증가한 필라델피아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주민들은 실내 마스크에 반대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방역 강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필라델피아 외에 뉴욕 컬럼비아대, 조지타운대 등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직 남아있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조치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한 행정명령을 다음달 초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 같은 행정명령을 무효화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에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도에서도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부활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와 인근 지역은 최근 유행이 재확산하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도록 의무화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유행이 커진 상하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제로 코로나'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반면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BA.2 영향으로 '쌍봉형' 유행이 나타나고 있지만 별도로 방역 규제를 강화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유행 감소세 속에서 방역을 대폭 완화하는 단계로, 향후 재유행 규모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이동량과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필연적으로 미국 등 해외의 유행 그래프를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실외 마스크 해제와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더 큰 편이다.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외마스크를 해제하는 것이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추후 거리두기와 마스크 등 방역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는 시민들의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이 바뀌거나 전염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고 언제 더 강한 변이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방역 규제를 풀어버리는 것은 문제"라며 "거리두기나 실외 마스크 모두 유행이 다시 확산했을 때 강화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후약방문'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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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마스크 해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국민들을 방심하게 한다"며 "지난 2년여 간 정부와 방역 당국이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입에 올릴 때마다 유행 상황이 악화됐던 과거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