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본사에 출근하려면 1시간 반 이상이 걸렸는데 스피어로 출근하니 40분 정도가 절약돼서 자주 오고 있습니다. 업무 집중도도 올라서 만족하면서 다니는 중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마다 긴 출근 시간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크게 올라간 현 상황에서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것도 어렵다.
SK텔레콤은 이러한 고민에서 착안해 거점오피스 '스피어'를 만들었다. 스피어는 기존 사무실이 갖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경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업무공간을 지향한다.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의 스피어 신도림점을 찾아가 봤다.
스피어 신도림점은 21~22층을 사용하고 있다. 업무좌석은 총 170석으로 이 중 123석은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스피어에 입장할 때는 사원증이 필요 없다. 출입문이 직원들의 얼굴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도 인공지능(AI)이 구분할 수 있다.
처음 스피어에 들어갔을 때 보였던 건 넓은 창가 뷰였다. 21층에서 바라보는 신도림 풍경을 보면서 일하면 업무 집중도도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SK텔레콤 직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이날 사무실 투어 진행을 맡은 주예슬 거점오피스일문화팀 매니저는 "창가 자리에 앉았을 때 풍경이 예뻐서 예약할 때 가장 빨리 마감된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진 사무실을 메타버스를 통해 연결한 '버추얼 워크스페이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메타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오큘러스 퀘스트를 통해 3D 세상 속 업무 생태계를 구현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한 직원이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업무를 하고 있었다. 신기한 건 사무실에 놓여있는 노트북 속 화면이 메타버스 속에서도 그대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3D 공간에서 업무를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걸 보면서 메타버스 회사생활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예슬 매니저는 "하반기 이프랜드 HMD 버전이 완성되면 메타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상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1인 회의실'에도 독특한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유리창이 불투명해지는 기능이다. 부서 회의를 할 때 보안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회의실 안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안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기능은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22층에 도착하니 섬처럼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아일랜드형 좌석'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좌석마다 간격이 떨어져 있고 불투명한 칸막이가 있어서 업무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자리마다 추가 스툴 의자가 있어서 다른 직원과 의견을 나눌 시 번거롭게 의자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렸던 업무 공간은 '마이데스크'였다. 앞선 업무 공간들은 개인 노트북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지만 마이데스크에는 자리마다 데스크톱이 있다.
책상 위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과 연동돼 평소에 사용하는 PC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 개인의 업무공간이라는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있는 작은 모니터로 개인 사진첩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어를 마치고 방문한 휴게실은 마치 하나의 식물원 같았다. 주예슬 매니저는 "신도림 주변에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적어서 휴게실 공간을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는 책도 일부 장식용이 있긴 하지만 실제 책이 대부분이라 만약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읽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거점오피스에 대한 SK텔레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스피어 신도림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백새미 자금팀 매니저는 "무엇보다 집이랑 직장의 거리가 가까워진 게 가장 좋다"며 스피어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재택근무만 할 때보다 거점오피스에 나와서 근무하니 업무 집중도도 늘었다.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SK텔레콤 측은 스피어를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면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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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하 거점오피스기획·운영팀 팀장은 "현재 전사 공지 등을 통해서 스피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듀얼 모니터 추가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논의를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스피어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 구성원들의 만족도와 업무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