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무산' ARM, 中 사업 지분 정리...IPO 가능해질까

영국 본사, ARM 차이나 전체 지분 소프트뱅크 산하 기업으로 이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4/12 14:54    수정: 2022/04/12 15:54

지난 2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 이후 IPO(기업공개)로 돌아선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가장 큰 문제였던 중국 지사 'ARM 차이나' 지분을 최근 정리했다.

영국 ARM 본사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ARM 차이나는 앨런 우 대표가 2020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시도가 시작되자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영국 ARM이 최근 ARM 차이나에 가지고 있던 지분을 소프트뱅크 산하 회사로 이전했다. ARM 케임브리지 본사. (사진=지디넷닷컴)

소프트뱅크는 최근 ARM이 가지고 있었던 ARM 차이나 지분 약 47%(4월 현재)를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내의 특수 회사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ARM 차이나는 중국 내 로열티는 챙기지만 ARM의 자회사 지위에서 벗어났다.

■ 2018년 지분 49% 조인트벤처에 판매한 것이 발단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 인수하며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썼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2018년에는 ARM 중국 사업 지분 중 51%를 허우안혁신펀드(厚安創新基金)에 7억 7천520만 달러(약 8천306억원)에 팔았다.

허우안혁신펀드는 ARM과 호푸투자관리공사(厚樸投資)가 공동 관리하는 합자회사(조인트벤처)다. 투자자로는 중국투자공사(CIC), 실크로드 펀드(중국정부), 선전선예그룹, 테마섹(싱가포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당시 ARM 차이나 지배구조. (그래픽=지디넷코리아)

이 매각 결과 ARM 차이나는 영국 ARM의 중국 지사에서 영국 ARM과 다국적 자본의 합작기업(조인트 벤처)가 됐다. ARM 아키텍처의 중국 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고 'ARM'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지만 ARM의 지배력은 떨어진다.

이는 2020년 중반부터 벌어진 ARM 차이나와 영국 ARM 본사 사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 영국 ARM, '이해 상충' 이유로 앨런 우 대표 해임

영국 ARM은 2020년 6월 당시 ARM 차이나 대표이던 앨런 우(Allen Wu) 대표를 해임했다. 앨런 우는 2004년 ARM에 입사해 2007년부터 중국 시장을 담당해왔다.

앨런 우 대표는 ARM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알파텍처'(Alphatecture)를 만들었다. 또 중국 내 고객사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면 라이선스 비용을 할인해 주는 정책을 적용하기도 했다.

ARM 차이나 앨런 우 대표. 2020년 6월 해임 이후 지금까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자이신)

그런데 ARM 차이나는 이미 같은 목적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ARM 차이나 대표의 지위를 이용해 별도로 조성한 펀드로 투자를 시행하고 라이선스 비용까지 할인해 주는 정책에 대해, ARM은 '이해 상충'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영국 ARM(지분 49%)측 인사 4명과 허우안혁신펀드(지분 51%)측 이사 5명으로 구성된 ARM 차이나 이사회는 앨런 우 대표를 해임했다.

■ 영국 측 ARM 차이나 지분, 소프트뱅크 산하 특수회사로

그러나 앨런 우 대표는 이에 반발해 ARM 차이나 직원 200여 명을 등에 업고 여론전을 벌이는 한편 ARM 차이나의 새로운 브랜드인 '아모테크놀로지'(Amou Technology)를 설립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앨런 우 대표는 영국 ARM 본사 뿐만 아니라 지사에 해당하는 ARM 차이나의 경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 등 관련 정보 공개도 거부해왔다. 이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다면 ARM을 내년 3월 말까지 기업 공개하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지난 7일 중국 경제매체 자이신에 따르면, ARM은 ARM 차이나에 투자한 지분 47%(4월 현재)를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산하 특수목적 회사로 이전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ARM 차이나는 영국 ARM 자회사에서 단순히 ARM의 투자 회사가 됐다. ARM 차이나는 중국 내 기업에 ARM IP를 판매하고 기술료(로열티)를 징수할 수 있지만 경영 상황을 증권 당국이나 투자자에게 공개할 의무는 사라졌다.

■ 내년 3월까지 IPO 위한 장애물 제거 가능할까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철회 이후 ARM을 내년 3월 말까지 상장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 업체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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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SK하이닉스)

ARM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소프트뱅크 산하 특수목적 회사로 이전하면서 IPO를 둘러싼 분쟁 소지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ARM의 이런 조치에는 한 가지 단서가 따른다. 바로 앨런 우 대표가 ARM과 소프트뱅크 사이의 거래를 승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앨런 우는 이사회의 해고 결정 이후에도 대표의 도장과 주요 서류 등을 확보하고 소유권을 행사 중이다. '앨런 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지분 변동에도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앨런 우 대표가 ARM의 조치를 승인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