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중 흡연자 많지만, 흡연자가 모두 폐암에 걸리지는 않는 이유

미 연구진, 폐 세포 변이 과정 정밀 분석 "폐 세포 변이 막는 방어 시스템 주목"

과학입력 :2022/04/12 00:00

흡연은 폐암 발병 확률을 크게 높인다. 그러나 담배를 많이 핀다 해서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부 사람들은 폐 세포의 변이를 막는 방어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튼튼해 흡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 연구진은 폐 세포의 변이 과정을 분석, 세포 변이와 폐암 발병 사이의 상관 관계를 제시하는 연구를 11일 (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했다.

흡연은 폐 세포의 변이를 촉진해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2017년 개발한 '단일 세포 다중 이동 증폭(SCMDA, Single-Cell Multiple Displacement Amplification)' 기법을 활용해 폐 세포의 변이 여부를 정밀 관측했다. 이 분석법은 단일 세포의 유전체 정보 전체를 시퀀싱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 정상 세포를 변이로 판정할 가능성을 낮추고 진짜 변이를 골라낼 수 있다. 

연구진은 기관지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11-86세 사이 비흡연자 14명과 44-81세 사이 흡연자 19명의 폐 상피세포를 SCMDA 기법으로 분석했다. 폐 상피세포는 수명이 십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노화와 흡연에 따른 변이가 고스란히 쌓인다. 또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세포이기도 하다. 

분석 결과 비흡연자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포에 변이가 쌓이지만, 흡연자에게서 변이가 훨씬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먼 스피박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교수는 "이는 흡연이 변이 횟수를 늘여 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기존 가설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비흡연자는 폐암에 거의 안 걸리는 반면, 일생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은 10-20%가 폐암에 걸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담배 노출량이 23갑년에 이를 때까지는 폐 세포의 변이도 비례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폐암 발생률도 커지지만, 그 이상 담배를 피면 세포 변이가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갑년이란 매일 담배 한갑을 1년 동안 피울 경우의 담배 노출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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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부 사람에겐 DNA 손상을 복구하거나 담배의 나쁜 성분을 중화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흡연으로 인한 변이의 축적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에 따라 DNA 복구 능력 등을 평가해 암 발병 위험 여부를 사전에 알리고 미리 대비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초기부터 암에 대비, 말기로 진행된 후에야 암을 발견해 고통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를 줄일 수 있으리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