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법인 대상 가상자산 거래용 원화 계좌 발급

특금법 시행 이후 업계 최초…블록체인협회 "기업 투자 물꼬 트일 것"

컴퓨팅입력 :2022/04/07 16:50    수정: 2022/04/07 18:22

신한은행이 법인 대상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용 원화 계좌를 발급했다. 지난해 9월 가상자산 관련 규정을 담은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국내 은행이 법인에 계좌를 발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금법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로 하여금 원화 거래 시 계좌 소유주에 대한 고객확인제도(KYC)를 실시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기 애매한 법인 대상으로는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상태였다. 현재 은행과 제휴를 맺고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다.

법인은 가상자산 직접 투자가 불가능해 자회사 등 해외 법인을 통하거나, 블록체인 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등 우회적 투자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신한은행 본점 전경

■코빗에 법인용 계좌 제공…커스터디 기업 KDAC 지원사격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제휴 관계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 일부 법인용 원화계좌를 발급했다.

계좌를 받은 법인들에는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고객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코빗은 KDAC에 투자한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 원화계좌를 받은 법인들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코빗 관계자는 "고객정보인 만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업계는 신한은행이 커스터디 시장을 비롯해 가상자산 투자를 꾀하는 기업 고객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봤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그 동안 특금법에서 법인용 가상자산 거래 원화 계좌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왔다"며 "법인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시장을 구축하면 유동성이 커지고, 거래소 사업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하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기업 투자금 몰릴까…가상자산 업계 기대감 ↑

신한은행과 코빗이 선제적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를 지원하면서,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도 법인 계좌 발급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비트 관계자는 "현재까진 법인용 원화거래 계좌가 발급된 적은 없지만, 향후 발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빗썸 관계자는 "법인계좌 지원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빗썸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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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법인용 가상자산 거래 원화계좌 발급에 대해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그 동안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사용이 허용되도록 금융 당국과 20대 대통령 인수위에도 적극 건의해왔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페이팔의 가상자산 투자,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가상자산 시장 투자 및 진출로 기업의 발전과 경쟁력을 키우고 있었던 반면, 한국 기업들은 가상자산 투자의 금융 허들로 인해 이런 국제적 추세에 뒤처져 왔다"며 "법인 가상자산 계좌 허용의 첫 시도가 모범적 선례로 남아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물꼬를 열어주기를 적극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