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린터로 인쇄된 내용을 지우고 재사용할 수 있는 종이가 나왔다. 이 종이의 원료는 꽃가루이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연구진은 해바라기 꽃가루로 만든 종이에 인쇄된 컬러 프린터 토너를 간단한 화학 처리로 제거하고 재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종이를 아껴 벌목을 줄이고 제지 및 재활용 과정의 환경 오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5일(현지시간)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 프린터 인쇄 후 재사용 가능한 꽃가루 종이
조남준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수산화칼륨으로 해바라기 꽃가루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제거해 부드러운 마이크로겔 입자로 만들었다. 여기에서 이온을 제거한 물로 필요 없는 성분을 없애고, 22㎝ x 22㎝ 크기 틀에 펴 말려 0.03㎜ 두께의 종이를 만들었다.
비누 제조와 비슷한 이같은 방식은 나무를 베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기존 제지 공정에 비해 단순하고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만든 꽃가루 종이는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해도 손상되지 않았고, 종이 표면에서 토너 가루도 묻어나지 않게 깨끗하게 인쇄됐다. 다만 후처리 과정의 차이 등으로 색상은 일반 종이에 인쇄할 때와 약간 달랐다.
이어 연구진은 간단한 화학 처리를 통해 종이에서 토너 성분을 분리할 수 있음을 보였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알칼리성 시료에 종이를 담가 문지르자 종이가 부풀며 토너 가루가 빠져나왔고, 이어 에탄올 용액에 담가 다시 수축시킨 후 공기 중에서 말렸다.
종이나 인쇄 품질 저하 없이 8번까지 재사용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 꽃가루 소재의 가능성
과학계는 식물의 유전 정보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 꽃가루의 특성을 이용, 약물 전달체나 오염 물질 정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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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준 교수 연구팀은 꽃가루를 원료로 한 다양한 소재와 그 활용 방안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에는 꽃가루 종이가 습도에 따라 수축과 확장 폭이 크다는 사실을 응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소프트로봇을 만들었다. 꽃가루 겔로 생체 기관의 3D 프린팅에 쓰이는 저비용 잉크 재료를 개발하기도 했다.
조남준 교수는 "꽃가루는 자연에서 쉽게 대량으로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망한 소재"라며 "꽃가루 종이에 전도성 물질을 첨가해 소프트 전자기기나 그린 센서 등 첨단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