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수험생은 왜 'OTT 포털' 키노라이츠를 만들었을까

[인터뷰]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

방송/통신입력 :2022/04/06 07:33    수정: 2022/04/06 10:53

대학시절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는 힘든 수험생활을 견디기 위해 영화를 보곤 했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시간도, 심적인 여유도 부족했던 양 대표는 자연스레 영화에 빠져들었고 돌아보니 공부는 커녕 영화제에 다니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영화 덕후'가 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를 모두 찾아본 양 대표는 자연스레 국내에는 개봉하지 않은 해외 작품들로 눈을 돌렸다.

국내에 미디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아보던 양 대표는, 앞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도 OTT쪽으로 빠르게 재편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콘텐츠를 선택하기 위해 참고하는 해외 서비스들을 하나의 서비스로 합쳐 국내용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 (사진=키노라이츠)

2017년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양 대표는 김치오 COO와 함께 준비를 시작했고, 2020년 3월 미디어 추천 앱인 '키노라이츠'를 출시했다. 정식 론칭과 동시에 대대적인 광고 없이도 영화 덕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키노라이츠는, 8개월만에 다운로드 10만회를 돌파했고,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수 30만회를 넘기며 영화 추천 앱 시장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 

영화 덕후가 만든 미디어 추천 앱은 어떤 느낌일까. 지난 4일 만난 양 대표는 "어차피 시험을 계속 준비한다고 해도 영화만 볼 것 같았다"며 "그럴 바에는 언제든 할 수 있는 시험 공부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별점보다는 취향 평가가 훨씬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다"

키노라이츠는 보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를 어떤 OTT에서 볼 수 있는지 검색하고, 콘텐츠에 대한 리뷰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앱이다. 각 OTT별로 종료 예정작이나 신작 업데이트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양 대표는 키노라이츠가 영화·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이름에도 그런 의미를 많이 담았다. 키노라이츠는 독일어와 러시아어로 영화라는 뜻을 가진 '키노'와 신호등의 의미를 담은 '라이츠'를 합해서 만든 단어다. 

특히 키노는 1994년 출시된 영화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양 대표는 "잡지 키노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 과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덕후들을 위한 저희만의 안내 코드로 이름을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키노라이츠의 핵심 콘텐츠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인증 회원만 올릴 수 있는 평점과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리뷰 시스템이다. 회원들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인증 회원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평가를 토대로 본인의 취향에 딱 맞는 콘텐츠를 고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퀄리티 높은 인증회원을 모집하는 게 중요했다. 초기에는 인증회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했다. 양 대표는 "당시 포털이나 콘텐츠 평가 플랫폼, 유튜브, SNS 가리지 않고 좋은 글을 남겨주시는 매니아분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직접 메시지와 메일을 보내 가입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키노라이츠가 입소문을 타며, 직접 신청하는 인증회원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영화를 500편 이상 본 영화 매니아들이 키노라이츠에 인증회원을 신청하면, 키노라이츠는 리뷰를 꼼꼼하게 읽고 인증 회원을 선정한다. 하루에 2~3명 정도의 매니아들이 인증 회원을 신청하면, 통과되는 사람은 일주일에 2~3명일 정도로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 현재 키노라이츠 내부에서는 영화 유튜버, 기자, 전문 블로거 등 다양한 매니아들이 인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키노라이츠 앱 캡쳐)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평가 시스템도 키노라이츠의 차별화된 포인트로 꼽힌다. 영화에 별점은 매기는 다른 사이트들과 다르게 키노라이츠는 철저하게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작품은 초록색으로,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은 붉은색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별점 평가보다는 취향 평가가 훨씬 더 직관적이고 통계로 모였을 때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서비스를 만들 때 로튼토마토를 많이 참고했는데, 로튼토마토가 '신선하다'와 '신선하지 않다'가 기준이 된다면 키노라이츠는 호불호를 평가하는 선호도 평가에 가깝다"고 말했다. 

■ "콘텐츠 즐기기 전 들르는 필수 플랫폼이 되고 싶다"

키노라이츠에 들어갈 초기 데이터는 양 대표와 김 COO 두 사람이 모두 손으로 직접 작업했다. 양 대표는 "초기에는 돈이 없다 보니 데이터를 하나씩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후 키노라이츠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국내 OTT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국내 OTT에서 키노라이츠쪽에서 트래픽이 오는데 대체 무슨 서비스냐, 한 번 만나보자는 연락을 받고 미팅을 진행해 서비스와 비전을 설명드렸더니, 하나 둘씩 제휴를 맺고 싶다고 하셨다"며 "하나씩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그 뒤에는 콘텐츠를 연동해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앱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 (사진=키노라이츠)

최근 몇 년 사이 OTT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키노라이츠도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최근 키노라이츠는 2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신규 업로드되는 콘텐츠 범람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장 최우선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를 모아서 알려주는 통합 가이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키노라이츠의 목표를 "콘텐츠를 저희가 발굴하고 싶고, 공신력 있는 평점을 통해서 1차적으로 콘텐츠를 라벨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된 회원들의 통계치를 평점화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콘텐츠를 볼 때 좋은 콘텐츠만 보며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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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는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감상 전후에 필수로 들르고, 좋은 콘텐츠와 더 많이 연결되는 플랫폼이 되기를 감히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통합추천 기능과 알림 기능을 강화해, 내가 구독하는 콘텐츠가 OTT 플랫폼에 업로드 됐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꾸릴 계획이다. 

키노라이츠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양 대표는 "아마도 저희 서비스가 점점 고도화됨에 따라 회원들이 필요에 따라 자연스레 키노라이츠에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