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루블화 결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경고하자 유럽증시가 일제 하락하는 등 러시아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실제 천연가스 공급을 끊는다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70년대에 1~2차 오일쇼크가 몰려와 전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허덕여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우호국에 대해 1일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내일부터 시행되는 결제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독일, 이탈리아 등은 "계약 위반"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 푸틴이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세계 경제는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서민들의 타격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브뤼셀에서 열린 한 금융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3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는 가계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0년대 충격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브레벤 하워드도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상승은 70년대식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결국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190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며, 거시경제 분석에 기반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및 천연가스가 급등하면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원활한 비교는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은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금수 조치와 1979년 이란 혁명에 따른 2차오일 쇼크와 유사점이 많다"며 "70년대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루블화 결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협박하자 이날 유럽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독일의 닥스가 1.31%, 영국의 FTSE가 0.83%, 프랑스의 CAC가 1.21% 각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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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