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가는 아직도 낮다고 생각한다. 실제 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올해 전체적인 시장은 10% 이상 떨어졌지만 KT는 15% 상승했고,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구현모 KT 사장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 구 사장은 이제 내년 주총까지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두고 있다. 임기 동안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는 구 사장에게 올해 KT의 주가와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KT 주가는 최근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연일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난 28일에는 7년여만에 최고치인 3만5천85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9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시가총액 9조원 밑으로 떨어진 후 약 7개월만이다.
지난 2020년 구 사장 취임 당시 KT의 주가는 1만9천700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이날 기준 81% 오른 3만5천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시기 LG유플러스는 1만800원에서 1만4천원으로 29% 상승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K스퀘어로 인적분할을 하면서 회사가 둘로 나뉘었고 동시에 액면분할을 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KT가 같은 기간 경쟁사들과 비교해 큰 폭의 상승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업계는 KT의 주가가 상승한 주된 요인으로 구 사장의 '디지코'(DIGICO) 전략을 꼽는다. 구 사장은 취임 후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존 유무선 중심의 '텔코'(Telco)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디지코 분야는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KT 영업이익 중 디지코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KT가 지주형 지배구조 체제로의 개편을 검토하는 것도 탈통신 분야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의 주력사업인 유·무선 부문과 신규 사업인 미디어, 클라우드, 디지털전환(DX), 금융 등을 나눈 후 본사 사업본부, 계열사들을 통폐합 하는 형태로 재편한다면 기업가치를 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KT는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올해 IPO를 준비 중인 기업으로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를 꼽았다. 구 사장은 "상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BC카드 등 IPO를 하면 좋겠다 싶은 몇몇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주총에서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에 대한 배당에 '기타의 재산'을 추가하며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또한 추후 지주형 회사 체제 전환을 고려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증권가는 KT가 오는 5월 MSCI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오는 31일까지 KT의 외국인 지분율이 41.65% 미만일 경우 5월에 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외국인 지분율이 올라가 편입에 실패하더라도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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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지수에 편입되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규모 해외 자금이 들어와 통상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KT는 지난 2019년 해외주식예탁증서(DR) 편입을 제외하는 조치로 MSCI 지수에서 편출됏다.
이후 KT는 최소 외국인 보유한도 대비 마진을 충족하지 못해 편입에 실패해왔다. 지난 1월 NTT도코모가 약 5%의 지분을 신한은행에 블럭딜로 양도하며 외국인 지분율이 급감했다. 지난 30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40.6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