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NFT,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담자

예술산업의 미래, NFT로 조성하는 예술생태계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31 13:15    수정: 2022/04/05 09:37

이경태 엘팩토리 대표

아놀드 토인비(A. J. Toynbee)는 문명은 도전(challenge)에 대해 성공적으로 응전(response)해야 탄생과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문명은 탄생-성장-붕괴-해체의 4단계 주기를 겪는다는 이른바 문명순환론이다. 문명은 통상적으로 자연환경적으로 인간 생활에 유리한 곳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토인비는 이와 반대로 오히려 자연환경이 불리한 것이 문명 탄생의 필요조건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불리한 환경은 일종의 도전이므로, 이러한 도전에 응전해 극복할 때만이 새로운 문명은 탄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전 세계적인 확산과 위협으로 개인의 생활과 이동에 불편함을 주고 있으며, 여러 사회경제적 활동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렇지만, 창의적‧창조성을 지닌 우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면서 탈세계화, 친환경 등 산업구조의 변화를 모색하고, 언택트 문화의 확산, 홈코노미 시장의 부상,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예술공연과 콘서트 등은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 중계를 시도하고 있다. 비록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기존의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없애주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였고, 각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와 공연 그리고 메타버스로의 확장까지 빠른 속도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경태 블루캔버스 대표.

NFT의 등장과 미술계 변화

필자는 5년 전부터 미술의 디지털 전환을 꿈꾸고 블루캔버스라는 디지털 아트 플랫폼을 개발, 운영해왔다. 블루캔버스는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줄 고사양의 디스플레이에 디지털 작품을 거래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다. 최근에는 아티비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좀 더 다양한 선택과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작가와 협업을 통해 디지털아트 플랫폼의 확산과 예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가 시작될 때 ‘흑사병이 르네상스의 실마리가 되었다면, 코로나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예견을 하고 오히려 미술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말 좋은 기회가 왔다고 믿었다. 아울러 기존에는 예술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면,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는 예술이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디지털로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특정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 상업공간 등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디지털 전시회를 열면서 미술의 디지털 전환을 외쳐왔다. 그러던 중에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한 것이 바로 NFT의 등장이다. 물론 블록체인이나 NFT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10년도 훨씬 더 전의 일들이다. 그런데 2021년 초 비플의 5천일의 기록이라는 JPG 파일이 786억 원에 팔리는 것을 뉴스를 접하고 전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각종 매체에서 연일 NFT가 뭔지를 다루기 시작했고 여러 사례가 소개되었다.

그럼 과연 NFT는 무엇인가?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만 기억하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정말 NFT가 가진 가장 훌륭한 속성이고 핵심이다. 그동안 디지털은 가장 큰 장점이 복제가 쉽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단점 또한 복제가 쉽다는 점이었다. 디지털은 우리를 편리하게 하고 접근성을 낮게 해주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쉽게 복제가 가능해서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디지털로 된 작품을 소장하고 즐기는 것에 굉장히 인색한 평가를 내려왔었다. 그런데 NFT가 한 순간에 세상의 인식을 바꾼 것이다. 음악시장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성장해 왔듯이 미술시장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참여자(창작자+플랫폼+소비자)의 가치에 좀 더 집중한다면 충분히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NFT의 등장으로 인해 미술 시장의 디지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의 디지털 대전환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블루캔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하드웨어(매체), 플랫폼, 콘텐츠의 결합이다.

음악시장은 MP3라는 디지털 음원이 디지털 전환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맞지만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성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반화되었다. 즉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 그리고 MP3로 변환된 콘텐츠가 하나의 상품이 되었을 때 비로소 폭발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미술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앞으로 변화될 세상을 상상해 보자.

우선은 미술 저작권이 보호되고 수익이 생기는 시장이 생길 것이다. 음악은 바야흐로 저작권의 시대이다. 창작자에게 매월 저작권 수익이 들어오고, 최근에는 음악저작권을 사고파는 플랫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창작을 꿈꾸고 촉진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이미 구축되었다. 첫째는 미술시장도 저작권 수익이 생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지금 생태계로는 불가능하다. 디지털 전환과 시장과의 유기적인 융합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둘째는 미술계의 핫 이슈인 추구권(재판매 보상청구권)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술품 거래에 있어서는 추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해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이미 여러 NFT 거래 플랫폼에서는 추구권 설정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또한 NFT가 가지는 시장에 대한 신뢰성 보장이라는 특성에 기반한다.

셋째는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모든 디지털화된 자산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과거 유튜브 이전의 세상은 소위 배운 사람들이 촬영하고 편집하고 프로듀싱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유튜브에서는 창작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창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시장도 디지털자산에 가치를 부여하고, 시스템적으로 저작권이 보호되며, 플랫폼을 통해 창작물의 접근성이 낮아지면 무엇이든 창작물이 되고,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세상이 곧 오게 될 것이다.

넷째는 디지털판화의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10년 후 NFT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 질문에 주저 없이 "10년이 아니라 곧 디지털판화가 일반화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이 일반화되면 이제 굳이 종이에 인쇄하고 넘버링해서 판화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마킹을 통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그 자체도 작품으로 인증하고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몇 가지 기술적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는 디지털을 공부해서 아는 세대이지만 MZ세대는 태어나면서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다. 이제 그들에게 익숙한 세상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아직도 NFT의 등장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시장의 성공 소식은 오히려 우리에게 조바심을 가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급히 플랫폼을 만들고, 작가를 모으고 재빨리 민팅해서 이슈화 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전에 비트코인 시장의 광풍을 바라보며,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사면 무조건 돈 된다고 부추기는 이들도 많다. 지금의 NFT 시장은 기존 미술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기존과 구조적인 변화도 크게 없다. 한마디로 태동의 시대이고 혼돈의 시대이다.

NFT 3.0

웹 1.0의 시대가 있었듯이 NFT 1.0의 시대이다. 따라서

웹도 1.0에서 2.0을 거쳐 3.0으로 진화하듯이 NFT도 단계적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지금은 1.0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의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수요자와 소통을 시작하고 수요자의 관점에서 여러 제도가 정비되고 룰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 모든 것에 규제가 우선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전시권/사용권/저작권/추구권 등 각종 참여자의 권리가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공급자와 수요자의 가치를 동시에 배려하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했듯이 플랫폼에서 디지털파일만의 거래가 아닌 실제 작품을 디스플레이에 담아서 판매되기 시작하고, 곳곳에 디지털 갤러리가 생겨나고,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가 일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하드웨어+플랫폼+콘텐츠가 결합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시대, NFT 2.0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NFT 3.0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디지털 정보가 자산이 되고, 모여서 가치를 발하고 필요한 곳에 서비스되어 수익이 창출되어 창작을 촉진하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IPFS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철저하게 탈 중앙화되고 자생적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창작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가 활성화되는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다. 갤러리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즉,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에이전트가 아닌 퍼실리에이터로 전환이 요구된다.

K아트로 문화경제 창출

전 세계적인 K팝의 열풍과 K콘텐츠의 부상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필자는 거기에 하나를 더 한다면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 등 디지털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LP, 테이프, CD의 시대에서는 절대 꿈꿀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 미술 시장도 세계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과 창의성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의 콘텐츠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플랫폼은 현재를 잘 보완하고 벤치마킹하면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시간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관련해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선 플랫폼 업체인 미국이나 유럽 시장이 가지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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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아트의 세계화를 위한 조건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제는 이걸 어떻게 펼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거처럼 원작을 포장해서 해외에 선보이던 방식은 구시대적이다. 전 세계가 이제 디지털 전시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소더비나 크리스티가 주도해서 디지털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해외 전시는 원작과 디지털의 적절한 조화만으로 충분히 전시가 가능하다. 확실히 비용과 노력이 줄어들 것이다. 한국에서 전 세계 디지털 갤러리 전시를 기획하고 원격으로 콘텐츠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메타버스와 연계한 전시도 시도돼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변신하고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전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 전시가 가능한 디지털 전시관(오프라인)과 메타버스(온라인)가 서로 연결되어 작가와 컬렉터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꿈 같은 세상이 바로 눈앞에 왔다.

필자는 미술의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통해 K-아트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그것이 민간의 미술시장에서 예술플랫폼 역할을 하는 블루캔버스, 아티비아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 새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예술산업 비전과 디지털 대전환이 중요하다. 예술생태계의 선순환은 결국 초기에 길을 잘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과 정부의 합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