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육성 및 메타버스 선도를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앞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발의된 가상융합법은 신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특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를 확실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가상융합법에서는 '임시기준'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이를 규제개선의 첫걸음으로 다루려 했다"며 "지금은 인허가 기준이 없으면 사실상 금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규제 샌드박스도 생태계 형성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하려면 서비스도 발전해야 하고 생태계도 발전해야 한다"며 "긍정정적인 논의를 통해서 둘 다 규제완화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상융합법에는 현행 법제에서 찾을 수 없는 개념인 '임시기준'이 포함돼 있다. 임시기준은 메타버스 등 가상융합서비스의 개발·제작·출시·판매·제공·유통 등을 위해 필요한 법령 등이 없거나 불합리·불분명한 경우, 가상융합사업자 등의 제안에 따라 임시적으로 적용할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메타버스를 '미래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메타버스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능기반 ▲규제 타파와 인재 양성 ▲메타버스로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수용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최 교수는 "메타버스는 모든 부처와 연결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간 조율을 어떻게 해야 잘 할 것인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잘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메타버스일까?' 메타버스 생태계 정의
이날 공청회에서는 메타버스의 정의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인 개념은 지원과 규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다.
최 교수는 "메타버스를 서비스 중심으로 바라보면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패러다임을 바꿀 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다양한 유형 중 게임이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며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해 지원·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상공간과 가상사회의 특수성을 가진 게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락을 목적으로 한 것만 게임으로 봐야한다"며 "오락적인 요소가 추가된 것이라든지 게이미피케이션적인 방법론을 채택한 것은 게임이 아니라고 봐야 하며, 게임형 메타버스가 아닌 것들은 골라내 규제를 최대한 덜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현재는 메타버스가 게임 중심으로 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진흥법 등이 만들어져도 그 안에서만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다만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 폭발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건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작은 그림 안에서는 담지 못할 게 너무 많고, 규제체계들이 따로 놀게 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나온다"며 "가상자산과 NFT를 포괄하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게임산업진흥법이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진단하며 "게임산업법의 해당 내용을 성인용 게임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이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제도권에서는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플레이투언(P2E) 게임이 사행성과 환금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NFT를 생성하고 거래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한 점이 사행행위를 조장한다는 설명이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진흥이 된다" 규제 완화 목소리도
이날 이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 "아무 것도 안 하면 진흥이 된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을 발의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메타버스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장비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어 미래의 주요한 먹거리로 보인다"며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방향성이 중요할 것 같은데 그 방향성을 시장에만 맡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가 방향성을 설정하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원칙중심규제로 갔으면 한다"며 "정부는 기본적인 원칙만 수립하고 나머지는 각 사업자들과 협회, 단체에 맡기되 사회적인 해악이 발생하면 그때 법적인 규제를 하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의 병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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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개념정의 등 두 법안에 중복된 내용이 많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처간의 관계와 역할을 꼼꼼하게 담고, 혁신 관련된 사항을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메타버스는 기존법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기도 해 두 내용이 함께 담긴다면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두 법안은 진흥 측면에서는 중복되는 내용이 많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측면이 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번 더 수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