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은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건을 싸게 만들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게 세금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거죠. (탄소를 절감하지 않는 기업은) 유럽에서 제품을 팔 수 없을 거예요. 우리 기업은 앞으로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29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기업의 책임' 에코 웨비나에서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이렇게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세는 EU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입법안으로, 철강·전기 등 유럽으로 수입되는 5개 품목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관한 무역 관세다.
한국엡손이 개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 김대연 한국엡손 이사가 기후위기, 필(必)환경과 기업의 책임 등에 관해 발표했다.
■ "탄소국경조정세, 투명하고 과학적인 탄소절감으로 대응해야"
정 교수는 탄소국경조정세가 나온 배경으로 기후위기를 꼽았다. 18~19세기 산업 혁명이 일어난 뒤 지구 평균 기온은 1도 상승했다.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나온 탄소가 주 요인이다.
정 교수는 "한번 공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최대 200년 정도 머문다"며 탄소 절감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54%는 바다, 숲 등 지구 환경이 흡수하지만, 나머지 약 46%는 공기 중에 남는다. 그는 "당장 오늘부터 탄소제로를 실천하더라도 이미 배출한 탄소 양이 있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빠르게 탄소중립을 달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탄소국경조정세 등 기후위기 관련 세계시장 동향에 적응하기 위해 투명하고 과학적인 탄소 절감, 탄소 절감을 이끄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기업의 탄소 배출 등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 규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 "기후위기 대응 안하는 기업은 투자 못 받을 것"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는 '필(必)환경시대, 친환경기업으로 소통하기'란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의 재무적 요소로 평가된다"며 "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할지 말지는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ESG는 기업의 재무, 금융감독, 법적 책임과 연관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그린스완'을 들어 부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초 기후위기로 인한 금융 위기를 뜻하는 그린 스완이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석탄 산업 등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좌초자산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움직임과 연결된다.
이어 그는 최근 발표된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를 근거로 "탄소중립 달성을 노력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자원 순환 등 6대 녹색 경제 활동 기준이다. 민간·공공 자금이 투자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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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에 특히 취약한 한국 상황을 들어 탄소 절감 필요성을 제고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상악화와 자연 재해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바로 영향을 받을 위험이 높다.
김 대표는 "기업, 시민, 지자체가 협력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에서는 탄소 절감을 향한 최고경영자의 의지, 지속적인 재정 투자, 교육 훈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