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사춘기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어떤 식으로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 연구진이 성별에 따라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을 주로 받는 시기가 각기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28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은 11-13세 사이, 남성 청소년은 14-15세 사이에 소셜미디어 이용으로 인한 삶의 만족도 저하를 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세 때의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는 1년 후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했다. 다만, 다른 나이 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에는 캠브리지대학과 옥스포드대학, 돈더 뇌인지행동 연구소 연구진이 참여, 10-80세 사이 영국인 8만 4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중에는 10-21세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 1만 7천400 명에 대한 시계열 추적 데이터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사용량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연관 관계를 분석, 소셜미디어 사용이 12개월 후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는 특정 시기를 찾아냈다. 소녀는 11-13세 사이, 소년은 14-15세 사이 시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남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는 사춘기 뇌 구조의 변화 등 청소년 발달 단계에 따라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남녀 모두 19세 때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1년 후 삶의 만족도 저하와 연관 있었다. 청소년이 가정에서 독립하고 일을 시작하는 시기라 심리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사용과 만족도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연구진은 인정했다. 소셜미디어를 친구와 소통하거나 감정을 털어놓는 등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청소년도 많다.
또 소셜미디어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사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이하인 청소년은 1년 후 소셜미디어 사용이 더 늘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평균적으로는 소셜미디어가 사용자 웰빙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개별적으로 어떤 사람이 더 소셜미디어의 위험에 취약한지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 데이터와 발달 단계에 따른 생물학 및 인지학적 상태를 결합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보다 투명하게 학계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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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 캠브리지대학 교수는 "청소년기는 인지적, 생물학적, 사회적 변화를 겪는 시기이고, 이들은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시기에 (소셜미디어에 대한) 어떤 취약점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라며 "무엇이 호르몬이나 뇌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무엇이 주변 사람과의 상호 관계 때문인 것인지는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캠브리지대학 에이미 오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이 특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를 찾아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