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우호적 국가에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러시아의 보복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서방에 의한 러시아 자산 동결로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자 비우호국에게는 루블화로만 가스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변경이 결제 대금을 지불할 때만 적용되며,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이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약 1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들일 때 주로 유로화로 결제했다. 갑자기 지불수단을 유로화에서 루블화로 바꾼 것이다.
앞서 미국과 EU가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서 축출시키자 러시아는 가스대금을 달러나 유로화로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푸틴은 이같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루블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아져 루블화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루블화 가치는 7% 정도 상승한 달러 당 98루블에 거래됐다. 루블화의 가치는 서방의 대러제재 이후 하루에 20% 이상 폭락하는 등 연일 급락했었다.
결제수단을 바꾸라는 것은 수입하는 쪽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다. 다량의 루블화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스값이 폭등하고 국제유가도 덩달아 뛰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유럽의 가스 벤치마크인 TTF가 한때 19% 폭등했고,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도 5.5% 급등해 120달러를 돌파했다.
푸틴의 강수는 유로 및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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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푸틴의 강수가 유럽의 탈러시아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이 이렇게 된 마당에 아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쓰지 말자고 작당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세계에서 더욱 고립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