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는 방송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바란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게 되더라도 적어도 방송채널사업자(PP)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과 단위 조직이라도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은 23일 서울 양천구에서 열린 '방송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에서 PP를 전담할 부서 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세미나는 도준호 한국방송학회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이어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대통령선거 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밝힌 미디어 거버넌스 정책을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은 한진만 강원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홍대식 서강대 교수,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이 참여했다.
■ "PP는 방송콘텐츠 사업의 뿌리…관심 가져야"
토론 참여자들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PP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PP는 방송콘텐츠 사업의 뿌리인데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며 관심은 더 줄어들고 있다"며 "PP 전체에 대한 고민을 전담할 수 있는 과가 생겨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방송산업에서 PP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고려했을 때, PP 산업이 휘청이면 산업 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도 "해외에서 OTT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디즈니플러스, HBO 등 이전부터 콘텐츠 제작자 측면에 있었던 사업자들이 많다"며 "콘텐츠 영역에서 자리를 잘 자고 있는 사업자들이 기술 발전에 적응하고 기술을 흡수하며 성장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우리 미디어 산업은 OTT가 등장하니 PP가 어려워지는 식의 구조"라며 "이런 구조는 산업 전체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은 "PP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정책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PP산업 발전전략'이 마지막이었다"며 "PP산업 진흥을 전담할 부서가 없으니 PP산업 진흥 정책도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으나 그 내용에 PP산업을 위한 정책은 '편성 규제 완화'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김 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방송콘텐츠는 'K-드라마'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지만 이 추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 로드맵은 없다"며 "시장은 콘텐츠 중심으로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정부도 호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거버넌스 개편 이뤄지지 않아도 중복 규제 문제는 개선돼야"
발제를 진행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디어 거버넌스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노 연구위원은 "미디어 거버넌스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진 특수성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디어를 전담하는 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어 발생하는 중복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거버넌스 개편이 만약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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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는 "기술 발전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시장에 자극을 줄 때마다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만큼 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미디어 거버넌스를 다시 개편하고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산업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견고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미디어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미디어 산업의 법적인 정의가 없고 법적인 거버넌스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부처에서 정리를 하려고 하다 보니 원활하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왔다"며 "지금은 미디어 산업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거버넌스를 일원적으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