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CNN방송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어떤 조건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라가 실존적인 위협에 처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나라들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직접 시사한 바 있다.
지난 2월 TV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누가 우리의 길을 막으려 한다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러시아는 즉각 그들에게 대응할 것이고 그들은 역사상 한 번도 보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후 국방 관리들과의 공개 회의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리들이 우리나라에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에게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었다.
전날 미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가 제한적인 파괴력을 지닌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 프로젝트 소장은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 핵무기를 약 2000개로 추산했다. 반면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은 약 100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 어떠한 군사적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아만푸어는 그에게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을 이뤄냈는가'라는 질문에 "움, 우선 아직은 아니다. 아직 그분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셨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하며 "작전의 주요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잠재력을 제거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보장하고, 민족주의 대대(battalion)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향해서는 러시아가 2014년에 강제 병합한 크름(크림반도)이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공화국들이 독립 국가임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는 이미 독립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과 일치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수많은 보고와 관련해서도 페스코프 대변인은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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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페스코프 대변인과의 인터뷰가 서방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한 가운데 실시됐다고 덧붙였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