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수술 후 혈전증 발생 위험군을 나눌 수 있는 기준과 아시아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혈전 방지를 위한 헤파린 사용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정윤 교수와 김유나 강사 연구팀은 아시아인에서 난소암 수술 후 환자가 젊고 체질량 지수가 21 이하라면 축소된 5일간의 혈전방지요법으로 혈전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7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난소암으로 종양감축술을 시행한 79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은 5일 간의 예방적 헤파린 혈전방지요법 혹은 기계적 혈전방지요법 만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한국 난소암 환자에서는 서양 난소암 환자에서 보고된 혈전증 빈도에 비해 낮은 발생률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축소된 5일 간의 예방적 헤파린 혈전방지요법과 기계적 혈전방지요법을 시행 받은 482명과 기계적 혈전방지요법만은 시행 받은 317명의 대상자 779명 중 28명(3.4%)의 환자에서만 혈전증이 발생했다.
또 연구팀은 다변수 분석을 통해 진단 시 연령·체질량지수·수술시간 등 수술 후 혈전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난소암 환자의 연령,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혈전증 발생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나이가 젊고 체질량 지수가 낮을 경우 서양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28일 보다 짧은 예방적 헤파린 요법도 고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57세 미만 체질량지수 21 미만의 난소암 환자군의 경우 수술 후 혈전증 발생이 0.47%로 연령과 체질량 지수가 높은 위험군 10.8%에 비해 현저히 낮아 혈전증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자궁경부암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흔한 부인암이다. 50세~70세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며 매년 한국 여성 중 2천500여명이 난소암을 진단받고 있다.
난소암은 수술로 가능한 모든 종양을 제거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그런데 종양을 제거하는 근치적 수술 이후, 정맥 혈전증이나 폐혈전증 등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혈전증의 발생은 인종·국가에 따라 최대 40.8%까지 보고됐다. 난소암 환자에서 혈전증이 발생할 경우, 추후 항암치료에 있어 어려움을 주고 사망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때문에 난소암 환자에게 혈전증의 예방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에서는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수술 후 28일 동안 저분자량 헤파린과 스타킹 압박 등과 같은 기계적 예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장기간 혈전방지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간 혈전방지요법의 경우 28일간 헤파린 주사를 자가 투약해야하는데, 수술 후 퇴원한 환자가 직접 자가 투약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의 경우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정윤 교수는 “연구를 통해 난소암의 수술 후 혈전 방지를 위한 헤파린 사용에 있어 서양인에 맞춰진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아시아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며 “혈전증 발생의 위험군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난소암 환자의 수술 후 혈전증의 관리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부인종양학회지(Gynecologic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