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비용 안정화 목적으로 지난달 처음 실행한 ‘배달비 공시제’가 이달에도 계속된다. 시행 직후 실효·신뢰성 논란이 불거져 배달 업계 혼란을 부추긴 가운데, 조사 주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는 소비자 알 권리 충족에 방점을 찍는 등 부족한 부분을 메워간다는 방향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단협 물가감시센터는 오는 30일 예정대로 배달비 공시제를 진행한다. 이 제도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과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1), 쿠팡이츠, 요기요 앱을 전수 조사해 앱별 배달료를 비교 공지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조사 범위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다.
가령 서울 강남구에 있는 치킨집 A를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앱에서 동일한 배달 거리를 기준으로 주문해, 책정된 배달 비용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형태다. 첫 조사 결과, 앱별 배달비 차이는 최대 5천500원으로 집계됐다. 거리별 배달비도 제각각이었다. 3㎞ 미만일 때 배달비는 3천원으로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모두 동일했지만 3㎞ 이상일 때 2천~6천원으로 달랐다.
실효·신뢰성 측면에서 '글쎄'
제도 시행 목적은 배달료 정상화다. 근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이 많게는 1만원 가까이 늘어나, 외식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단 판단에 따른 정부 조처다. 플랫폼 배달료를 비교, 분석해 가격 안정과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겠단 전략이다.
단, 예상 효과엔 물음표가 붙었다. 배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단건 배달 경쟁 과열로 인한 배달원(라이더) 수급 문제 때문. 지역 배달대행 업체에서 라이더 확충이 어려워져 배달료를 늘려, 점주 부대비용을 메워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단순 배달료를 견줘 알리는 것으론 비용 인하를 꾀할 수 없단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단건·묶음 배달 비용 체계를 비교해 공지하는 방법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배민1과 요기요를 비교한 것도 잘못된 해석이라고 업계에선 꼬집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요기요가 아닌 요기요익스프레스와 배민1을 비교해야, 정확한 정보를 도출할 수 있단 분석이다.
조사 신빙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당초 소단협은 서울 중랑구에서 2~3㎞ 반경 내 분식을 주문할 때, ‘배민1 배달료 7천500원, 요기요 2천원’이라고 밝혔지만,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별도 설명 없이 배달 거리 2~3km 미만 기준을 ‘3~4㎞ 미만’으로 수정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1에서 배달팁이 7천원 이상 부과된 건 전체 0.03% 확률”이라며 “높은 배달비를 고려하고도 주문하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소단협이 드문 경우의 수를 토대로 조사해, 공정성 문제를 초래했다고 꼬집은 것.
"소비자 배달 정보 제공에 초점"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두 번째 공시 내용과 조사 방향은 지난달과 유사하다. 수도권에 있는 음식점을 토대로 한 소단협의 인력 조사 형식이다. 소단협 관계자는 "공시제 초기 단계로, 당장 배달 비용 하락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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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힘을 주겠단 방침이다. 관계자는 "첫 점검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배달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플랫폼별 배달료가 다른 명확한 이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며, 이번 조사엔 이런 내용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한정한 조사 표본도 확대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배달앱 이용자가 어떤 앱을 선택할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근거를 알려주는 게 1차 목적"이라면서 "정보 비대칭이란 열악한 배달 환경 속에서 이를 메우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