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 주도로 처음 시행한 ‘배달비 공시제’가 시작부터 조사 과정 오류가 발생하는 등 업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당초 배달 현장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란 의견이 잇따랐는데, 점검 절차에도 착오가 생겨 소비자 신뢰성에도 금이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과 한 집에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1), 쿠팡이츠, 요기요 앱별 배달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흘 뒤인 28일 별도 설명 없이 내용을 정정해 게재했다.
앞서 서울 중랑구에서 2~3㎞ 반경 내 분식을 주문할 때, ‘배민1 배달료 7천500원, 요기요 2천원’이라고 협의회는 밝혔지만, 배달 거리 2~3km 미만 기준을 ‘3~4㎞ 미만’으로 수정한 것이다. 배민1에선 3㎞ 미만 거리 주문 시, 거리할증이 없어 5천원 이상 배달비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배민 관계자는 “현재 배달비 5천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3㎞를 넘어 거리할증이 적용돼 배달팁이 5천원을 넘을 수 있지만, 배달팁이 7천원 이상 나오는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달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또 “배민1에서 배달팁이 7천원 이상 부과된 경우는 전체 0.03%에 그칠 정도”라며 “높은 배달비를 감안하고도 주문하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협의회가 드문 경우의 수를 토대로 배달비를 비교해 신뢰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올 초 기획재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소비자가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를 조사해 매월 공개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이 근래 많게는 1만원 가까이 늘어나, 외식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단 판단에 따른 조처다. 플랫폼 배달료를 고지해 가격 안정화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배달료 부담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단건 배달 경쟁 과열로 인한 배달원(라이더) 수급 문제 때문. 즉, 지역 배달대행 업체에서 라이더 확충이 어려워져 배달료를 늘려, 점주 부대비용을 메워 비용이 불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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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배달료를 견줘 고지하는 것으로 비용 인하를 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배민1과 요기요를 비교한 것도 잘못된 해석이라고 업계에선 꼬집고 있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요기요가 아닌 요기요익스프레스와 배민1을 비교해야, 정확한 정보를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에서 소비자에게 부담하는 배달비를 마치 플랫폼 책임으로 몰아 가격을 비교 공개하면, 결과적으로 점주 짐으로 돌아간다”면서 “배달 인건비에 대한 객관적 판단, 라이더 노동 시장에 수급 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