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사들이 내수 시장에 국한된 통신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탈통신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도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탈통신 전략 강화 방안을 소개할 예정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주총에서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입했으며 미디어 콘텐츠 분야 신사업의 구체적인 전략을 공유했다.
오는 25일과 31일 SK텔레콤과 KT도 각각 주총을 갖는다. SK텔레콤은 마이데이터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을, KT는 이사회 멤버를 재구성해 디지코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사업목적에 '마이데이터' 추가
SK텔레콤은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마이데이터'와 '의료기기업 및 동물용 의료기기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 카드사 등 금융관련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현재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완료하고 본허가만 남겨놓은 상태다.

또한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과 기술·융합 활용을 통한 의료기기업과 동물용 의료기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K텔레콤은 그동안 의료기기 사업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SK텔레콤의 투자 계열사인 SK스퀘어는 엑스레이 발견 125년만에 디지털화에 성공한 이스라엘 의료장비사 나녹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정관변경이 앞으로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와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인적분할 후 'SKT 2.0 시대'를 열겠다며 AI를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바 있다.
구독 서비스인 'T우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에도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으며, 메타버스에 AI를 접목한 '아이버스'(AI+Verse)도 선보일 계획이다. 아이버스는 사용자의 분신인 AI 에이전트 기반 아바타가 메타버스 세계를 직접 탐험·학습하고 이를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의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사회 재구성하는 KT, 디지코 탄력받을까
KT는 주총에서 이사회 멤버를 재구성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구체적으로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 대표이사와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는 박 후보는 구현모 KT 대표와 함께 KT의 디지코(Digico)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적으로 이끈 임원으로 꼽힌다. KT는 지난 2020년부터 기존 통신 기반의 텔코(Telco) 기업에서 디지털전환을 이끄는 디지코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KT의 디지코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그동안 꾸준히 탈통신 전략을 외쳐왔다. 특히 구 대표는 지난 1월 스페인 MWC22에서 "지난해 전통적인 통신 영역의 매출이 60%, B2B·디지코 매출이 40%기 때문에 KT를 통신회사로만 보기 어렵다"며 디지코 전략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KT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건 클라우드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최근 성장성이 높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에서 B2B 수요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KT는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메가존클라우드에 1천300억원을 투자했다.
21일 발표한 CJ ENM과의 콘텐츠 협력도 디지코 로드맵을 강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T는 CJ ENM과 콘텐츠 협력을 통해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를 CJ ENM 채널에 공급하는 등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다.
KT의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는 스튜디오지니는 올해 CJ ENM과의 협력으로 원천 IP 확보와 역량 있는 제작사 인수 및 지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스튜디오지니 외에도 KT가 가지고 있는 밀리의서재, 지니뮤직 등 다양한 미디어 그룹사와 CJ ENM의 협력도 점쳐볼 수 있다.
미디어 전문가 사외이사로 선임한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주총에서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 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 등을 거친 콘텐츠·플랫폼 산업 전문가다.
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콘텐츠와 플랫폼 분야의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U+아이들나라, 아이돌라이브, 스포츠를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며 "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데이터, 광고, 콘텐츠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U+아이들나라는 지난 2017년 출시된 키즈 플랫폼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탈통신 전략으로 콘텐츠를 주요하게 언급해왔다. 지난해에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XR) 콘텐츠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 밝히며 XR 콘텐츠 플랫폼 'U+다이브'(Dive)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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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MWC22에서도 다양한 글로벌 통신사업자와 만나 XR 콘텐츠 및 솔루션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중동의 다국적 통신사업자 자인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인그룹의 고객들에게 LG유플러스의 XR 콘텐츠 등을 제공하겠다 밝혔으며, 오만 1위 통신사 오만텔과도 XR콘텐츠 및 솔루션 협력에 관한 MOU를 맺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수익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확대한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LG 그룹사와 협력해 미디어·신사업·IDC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