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잇따라 거리두기를 완화했으며, 다음 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향후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이 되면 기존 방역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사적모임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기존 방역 정책도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다.
■ 코로나 2급감염병 되면 확진자 신고 즉시→24시간 내
현재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발생 우려가 커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고, 음압격리 등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반면 2급 감염병부터는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24시간 이내에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신고하고 격리하는 감염병으로 규정한다.
1급 감염병은 생물 테러 감염병이나 치명률이 높은 경우, 집단감염 우려가 큰 감염병 등 총 17종이다. 에볼라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인플루엔자, 두창(천연두), 페스트, 탄저 등이 대표적인 1급 감염병이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 토론회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이 되면 지금처럼 매일 확진자 규모를 집계하지 않게 된다. 2급 감염병 중 11종에만 환자 격리 의무가 있어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의무도 사라질 수 있다.
일정 기간마다 확진자 규모를 집계하는 만큼 정부 대응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통령 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코로나19 등급 변경이 감염병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가지고 어떻게 추진할지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적모임·영업시간 규제 효과 거의 사라져
거리두기 핵심 방역수칙은 사적모임 인원을 줄이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사적모임 인원을 5명 미만으로 유지하고, 영업시간도 밤 9시를 넘기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국민 피로가 극에 달했다. 해외 선진국이 잇따라 방역 단계를 완화한 것도 정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했고, 오는 21일부터는 사적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2명 늘린다. 지난 1일에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해제했다.
오는 21일부터는 사적모임 8명, 영업시간은 밤 11시까지이다. 핵심 방역수칙이 연이어 해제 또는 대폭 완화된 상황이라 거리두기도 무늬만 남았다는 분석이 많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거리두기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단계적으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23일 감소세 전환 아닐 수도…전문가 반대는 숙제
정부는 오는 23일 전후로 코로나19가 유행 정점을 맞고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당초 유행 예측이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유행이 다소 길어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방역 전문가들 반대도 숙제다. 전문가들은 유행 정점이 완벽히 지난 뒤 거리두기를 풀자는 견해를 보였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완화는 유행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며 "자칫 유행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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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도 "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방역 완화를 중지해야 한다"며 "치명률 감소는 격리 기간으로 과소평가된 수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