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의 방향성은 '규제개혁'... 미래지향적 조직은 인수위가 지켜줘야

[새 정부에 바란다⑫] 개혁 골든타임은 새 정부 출범 1년... 소통·타협·협치 여소야대 리더십 필수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18 11:07    수정: 2022/03/18 11:22

안문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어떤 이는 인수위원 면면을 보고 ‘MB 2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 활동은 DJ정부를 더 많이 닮을 것으로 보인다.

DJ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위기극복 정부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DJ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경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DJ정부도 공동정부로 출발했고 윤석열 정부 또한 공동정부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DJ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 김종필 총리의 연합으로 DJP 공동정부가 탄생했다. 윤석열 정부도 아마도 비슷한 구조로 출발할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어떨까. 우선,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들여다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시작이기 때문에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기간 중 당선인이나 인수위원장이 한 발언을 통해 큰 줄기는 잡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 정부의 기조가 문재인 정부의 정부주도 국정운영에서 민간중심 시장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은 대선후보별 토론이나 공약을 통해 미루어 짐잘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정부조직개편 방향은 슬림화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여기에서 잠시, 공통점을 갖는 DJ정부의 슬림화 정책을 살펴보자.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25개 이상 되는 국무위원수를 법정수인 17개로 줄여달라고 인수위원회에 당부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슬림화 작업은 인수위 산하에 정부조직개편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설치해 진행했다.

슬림화 작업은 정권초기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윤석열 인수위도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나 TF를 설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김대중 당선인 인수위의 슬림화 활동을 잠시 회고해보자. 당시 정부조직개편실행위원회는 김대중 당선인의 슬림화 지시에 따라 거대 부처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슬림화안을 만들고 이를 추진했다.

먼저, 거대 부처였던 교육부를 대상으로 초등 중등 교육행정은 교육청에 내려주고 대학행정은 대학정책실을 없애고 대학행정지원과로 격하시켰다.

교육부의 주요 기능을 재교육 평생교육 지원에 두고 평생교육국을 수석국으로 만들었다. 이름도 교육인적자원부로 개칭했다.

다음으로 또 다른 거대 조직인 내무부도 지방행정기능을 대폭 자치단체에 이양하고, 경찰조직은 독립시켰다. 인사기능은 중앙인사위원회에 이양해 슬림화했다. 부처 명칭도 행정자치부로 바꿨다.

당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맡았던 거대부처 상공부도 슬림화 대상이 됐다. 정책 대상 중심의 기존 조직을 바꾸어서 지원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너무 슬림화 돼서 상공부 조직이 해체될 지경이라는 불만도 팽배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동력자원부의 자원·에너지 기능을 가져왔다. 부처 명칭도 산업자원부로 개칭했다.

이들 거대조직의 슬림화는 집권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서 강력히 추진했던 방향과는 달리 성공하지 못한 정부조직개편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대통령 직속으로 편제하려는 시도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다. 대통령이 인사와 예산을 직접 다룰 수 있도록 미국식 OMB식으로 개편해 달라는 대통령 당선인의 지시로, 대통령 소속으로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는 조직개편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안은 국회의 반대에 직면했다. 절충 끝에 인사권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소속으로 했으으나, 예산조직은 국회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편법으로 대통령 소속으로 예산위원회를 두고 예산청을 따로 두어서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는 모양으로 출발했다. 결국 나중에는 이 두 조직을 통합해 기획예산처가 발족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정부조직개편 등 개혁은 새 정부 출범후 1년이 최적기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개혁이 어려워진다.

또 정부조직개편은 정부조직법 등 법령개정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된다.

그래서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도 소통과 타협, 협치를 통한 당선인의 정치적 리더십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소프트개혁이다. 정부 조직개편을 하드웨어적 개혁이라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소프트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프트개혁의 핵심은 규제개혁이다.

DJ정부에서는 민간위원 중심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규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은 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규제개혁을 위한 특별 민관협력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지만, 현존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민간위원과 민간위원장 중심으로 쇄신하면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시기다. 개혁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상시 개혁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정부개혁은 시간이 지나면 과거로 회귀하는 습관이 있다. DJ정부에서도 처음에 슬림화했던 조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비대해졌다.

그리고 조직개편과정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조직이 거대한 기득권 조직에 밀리는 현상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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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먹거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조직을 만들고 이것을 인수위원회가 반드시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어느 정부든 성공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윤석열 인수위원회가 정부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국가로 조속히 복원되길 기원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전자정부특별위원장, 규제개혁위원장,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ES) 이사장, 고려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모빌리티포럼의 초대 의장으로도 추대돼 국내 e모빌리티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