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WWE 2K22, 2년만에 게임성 개선 성공

게임 잘 만들었더니 이제는 로스터가 문제

디지털경제입력 :2022/03/16 16:49

WWE 2K 시리즈는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정식 라이선스를 활용한 유일한 프로레슬링 게임으로 이 장르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호평보다는 악평을 받아온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9년 출시된 WWE 2K20은 2K 산하 개발 스튜디오인 비주얼콘셉트가 처음으로 단독 개발한 게임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게임 내 각종 기능을 삭제하고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버그, 난해한 조작법과 부족한 편의성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WWE가 2K와 계약을 종료하고 일렉트로닉아츠(EA)와 새로운 WWE 게임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WWE 2K22는 출시 전부터 프랜차이즈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출시된 게임인 셈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인지, 아니면 비주얼콘셉트가 기존 시리즈보다 1년이라는 더 많은 개발시간을 할애받은 덕분인지 WWE 2K22는 지금까지 출시된 WWE 2K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됐다. 그래픽, 자연스러운 동작 연계와 상황에 맞춘 플레이, 다양한 재미를 전하는 여러 콘텐츠 등 기존에 비판받았던 점을 대부분 개선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매년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하나가 개선되면 다른 하나가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제로섬에 가까운 형태로 게임이 출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존 시리즈보다 후퇴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구현이 안 되어 아쉬운 점은 있을지 몰라도 되던 것 혹은 있던 것이 없어지거나 사라져서 불편하지 않다.

인게임 플레이는 좀 더 직관적이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빠르게 상대를 두들기는 식으로 게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큰 기술을 반격하게 되면 상대 체력이 크게 줄어들어 전황을 뒤집을 수도 있고 버튼 조합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콤보 시스템은 타격에서 슬램이나 드라이버 등 기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상대를 몇 번 때리다가 큰 기술로 바닥에 쓰러트리는 프로레슬링에서 자주 보던 장면을 버튼을 두세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연출할 수 있게 됐다.

게임 모드가 풍성하다는 점은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레이 미스테리오의 연대기를 체험하고 재현하는 쇼케이스 모드는 일종의 코멘터리 다큐멘터리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마니아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선수를 만들어 연습생부터 단체의 슈퍼스타로 키워나가는 마이라이즈 모드, 스맥다운vs러 이후 14년만에 부활한 마이GM 모드도 인상적이다. 특히 마이GM 모드는 단체를 세세하게 운영하는 모드이기에 스포츠 게임이 아닌 시뮬레이션 게임의 면모도 부각시킨다.

여기에 기존 유니버스 모드에 과거 스맥다운 시리즈처럼 선수 한 명의 입장에서 일정을 진행하는 유니버스 슈퍼스타 모드가 추가되어 세세한 설정을 하기 귀찮은 이용자의 입맛도 만족시키는 게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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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제는 스포츠 게임 시장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카드를 뽑아 선수를 획득하고 자신만의 덱을 꾸리는 형태의 모드도 더해졌다. 마이팩션 모드는 선수를 모아 강력한 스테이블을 구성할 수 있는 모드로 덱 관리, 선수 수집, 강화 등을 진행할 수 있으며 더 효율적인 플레이를 위해 인게임 결제까지 지원한다.

다만 이용자가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 로스터의 양과 질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개발사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 출시 시기에 WWE에서 선수를 대거 방출하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게임을 잘 만들었더니 그 안에 담아낼 선수가 판권사 내부 문제로 사라진 셈이어서 개발사인 2K도 이용자도 모두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