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엘든링, 소울류 액션을 오픈월드에 풀어놓은 결과

완성도 높지만 호불호 갈릴 요소 가득한 '조건부 명작'

디지털경제입력 :2022/03/04 14:34    수정: 2022/03/04 16:14

다크소울 시리즈로 유명한 프롬 소프트웨어의 신작 엘든링은 올해 출시 예정작 중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다. 높은 난이도로 마니아를 지닌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액션에 오픈월드 요소를 더해 높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필드를 모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엘든링은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다. 다만 이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과거 선보인 게임. 그 중에서도 다크소울 시리즈 특유의 액션 감각을 선호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같은 액션게임이지만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액션을 선호하는 이용자나 오픈월드 곳곳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상호작용을 즐기는 모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게임은 아니다.

엘든링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액션과 몬스터와의 공방은 다크소울 시리즈 팬이 열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마구 공격을 시도하다가 빠르게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상대의 패턴을 확실히 파악하고 최대한 맞지 않고 효율적인 공격을 시도한다는 개념의 연장선에서 게임이 구성됐다.

다만 액션 밸런스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추후 업데이트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현 상황에서는 완성도가 빼어나지 못 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근거리 공격은 지나치게 까다롭고 원거리 공격은 지나치게 쉽게 느껴질 정도로 액션 밸런스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보스 몬스터 대부분은 근거리 공격은 대처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방해하려들며 공격 패턴 역시 근거리에서 파훼가 어려운 형태지만 원거리 공격에는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이지 않는다.

매우 다채로운 공격 패턴으로 이용자의 허를 찌르는 이용자는 이를 기억해서 대응하게 된다는 다크소울 시리즈 특유의 묘미도 상대적으로 흐릿하다. 당하는 입장에서 허를 찌르는 공격이라기보다 엇박자 위주로 공격을 구성해 둔 몬스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프롬 소프트웨어 액션 게임의 팬에게는 도전욕을 자극하는 요소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그저 불합리함을 느끼게 할 여지가 있다.

레벨디자인은 여전히 뛰어나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장점은 철저하게 계산된 레벨디자인으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 이동하는 중간에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도록 구성됐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엘든링이 오픈월드에 기반한 게임이라는 발표가 나왔을 당시 이런 특색이 다소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엘든링은 동선이 크게 확대됐음에도 이동 중에 몰입을 유지할 수 있는 게임 구성을 갖추고 있다. 점프와 탈것이 추가되어 이동과 액션 모두 운신의 폭을 넓혔으며 보스전 앞에서 게임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재도전의 번거로움도 크게 줄였다.

그래픽 품질은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로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모델링, 오브젝트와 캐릭터 텍스처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다만 스킬 연출, 마법 이펙트가 더욱 화려하게 펼쳐지며 정확한 자리에 그려진다. 그래픽이 전반적으로 최근 시류에 뒤떨어지는 모습이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을 아예 제공하지 못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PC 버전의 경우는 최적화가 문제다. RTX 3080을 사용하는 고사양 PC에서도 프레임 저하가 수시로 일어날 정도다. 오픈월드 요소를 도입했기에 보이는 것보다 그래픽카드에 과부하가 걸릴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게임 그래픽 품질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찰나의 공방을 내세운 게임에 이런 단점이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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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 장르나 재도전이 일상인 높은 난이도의 액션게임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다. 반대로 이름값만 듣고 게임을 접했다가는 높은 난이도에 막막함을 느끼거나 좋게 말해서 묵직한, 나쁘게 말해서 답답한 공방에 재미를 느끼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엘든링은 다음 다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조건부 명작'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