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지난 해 3월 내세운 IDM(종합 반도체 업체) 2.0 전략에 따라 추진해 온 대규모 시설투자가 일단락됐다.
인텔은 지난 1월 미국 오하이오 주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 발표에 이어 15일(미국 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2027년부터 가동될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가동될 아일랜드 레이슬립의 생산시설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지역에 쏠렸던 첨단 공정 반도체 생산 쏠림 현상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 팻 겔싱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80%가 아시아산"
이날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모자라 많은 산업이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 TSMC는 AMD(라이젠·라데온)와 엔비디아(지포스 RTX 20·40 시리즈), 애플(A시리즈·M시리즈) 등 전세계 주요 업체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TSMC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지진으로 인한 정전과 생산 중단 등을 한 해에도 여러 차례 겪고 있다. 중국과 양안관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수'로 꼽힌다.
■ 22nm에 머문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30년까지 전세계 총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법'을 내세웠다. 문제는 유럽 내 반도체 생산시설이 10나노급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 시설은 글로벌파운드리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운영하는 '팹 1'이다. 이 시설은 AMD가 2009년까지 운영했고 과거 애슬론64 등 프로세서 생산에 활용됐다. 그러나 공정 수준은 10년 전 수준인 65-22nm에 머물러 있다.
인텔도 지난 2월 이스라엘 소재 반도체 생산기업인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면서 이탈리아 소재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시설 역시 65nm 공정에 머물고 있다.
이들 시설은 이미 충분히 성숙된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첨단 공정 대비 낮은 단가로 자동차나 산업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자율주행차나 AI(인공지능)용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 첨단 생산 시설 유럽에 확충...노광장비 반입시간 단축 기대
인텔은 아일랜드 레이슬립에 지난 2019년부터 세운 인텔 4공정(7나노급)을 적용한 생산시설에서 내년부터 '메테오레이크'(Meteor Lake) 등 차세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텔이 지난 해 자체 생산 시설을 활용해 다른 회사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선언한 상황이다. 2025년부터 가동될 미국 오하이오 주 생산시설 등을 감안해도 생산량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2027년부터 가동될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한편 아일랜드 레이슬립의 생산시설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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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설 모두 0.1나노 이하 공정이 적용되어 유럽산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유럽 지역에서 맡겠다는 EU(유럽연합)의 목표에도 부합해 세제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둘 경우 이점은 또 있다. 차세대 극자외선(High-NA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에서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장비를 들여와 공정 가동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