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오는 2032년까지 총 800억 유로(약 109조 6천억원)를 투자해 유럽 전역에 반도체 생태계를 새로 구축하겠다고 15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밝혔다. 그동안 대만 TSMC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었던 반도체 생산 역량을 유럽에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인텔은 지난해 3월 반도체 종합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IDM 2.0' 전략을 공개함과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비(非)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을 시작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해 4월 유럽 주요 국가를 방문하며 후보지를 선택하기도 했다.
■ 독일에 내년부터 23조 들여 새 생산시설 건립
인텔은 지난 해부터 유럽 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독일을 검토해 왔다. 지난 해 6월에는 바이에른 주 뮌헨 서부의 폐쇄된 공군기지가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기도 했다.
인텔이 낙점한 곳은 독일 작센안할트 주도인 마그데부르크다. 인텔은 오는 2023년 상반기부터 총 170억 유로(약 23조 2천800억원)를 들여 새로운 반도체 생산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오는 2027년부터 0.1nm(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공정을 일컫는 옹스트롬 수준의 제품을 생산한다.
202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미국 오하이오 주 생산 시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리본펫'(RibbonFET)과 전력전달 기술 '파워비아'(PowerVia)를 이용한다.
■ 아일랜드 생산시설도 16조 들여 2배로 확충
인텔은 내년(2023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아일랜드 북동부 레익슬립 내 반도체 생산시설 내 제조 공간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확장 사업에는 120억 유로(약 16조 4천360억원)를 투자한다.
이 시설에서는 EUV(극자외선) 기반 인텔 4 공정에서 타일 구조 새 프로세서 '메테오레이크'(Meteor Lake)를 생산한다.
인텔은 또 "이탈리아에서 후공정 생산 담당 시설을 위해 정부와 협상중이며 협상 타결시 45억 유로(약 6조 1천7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아일랜드, 이탈리아 투자 금액을 모두 합하면 약 330억 유로(45조 8천860억원)에 이른다.
■ 유럽 전역 대학교·연구소와 공동 기술 개발 진행
인텔은 각종 생산 시설 뿐만 아니라 유럽 내 여러 대학교·연구기관과 협력해 유럽 내 반도체 연구개발(R&D) 역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 플라토 드 사클레 지역에는 고성능 컴퓨팅과 AI(인공지능) 설계를 담당하는 연구개발 허브가 설립된다. 또 2023년을 목표로 폴란드 그단스크 지역 인텔 연구소를 두 배 규모로 확장중이다.
이와 함께 벨기에 소재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반도체 연구소인 IMEC, 네덜란드 공과대학,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협업도 강화한다. 또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와 공동 연구소도 설립한다.
■ 향후 5년간 차세대 생산시설 로드맵 완성
인텔은 이날 투자 계획 발표를 통해 2023년 아일랜드(인텔 4), 2025년 미국 오하이오(인텔 18A)에 이어 2027년 독일 마그데부르크까지 이어지는 차세대 생산시설 로드맵을 완성했다.
또 지진이나 잦은 전력 공급 중단,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만 TSMC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된 독일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IDM 2.0 전략의 일부로 추진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첨단 공정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을 원하는 고객사를 잡기 쉬워졌다.
■ 올 초부터 625억 달러 투자 약속...작년 매출액 80% 수준
인텔은 지난 1월 말 미국 오하이오 주에 올 하반기부터 총 200억 달러(약 23조 8천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개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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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순에는 오픈소스 기반 명령어세트(ISA) 표준화 단체인 리스크V(RISC-V) 인터내셔널에 1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또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한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에 총 54억 달러를 썼다.
여기에 유럽 신규 투자 금액인 330억 유로를 합하면 앞으로 지출될 금액은 약 625억 달러(약 77조 8천440억원)다. 이는 지난 해 인텔 전체 매출(790억 달러, 약 98조 3천940억원)의 약 80%에 해당한다.